[기자수첩]두 남자의 선택

`울지 않는 새`는 일본 전국시대를 이끈 세 명의 장수를 빗댄 유명한 이야기다.

`울지 않는 두견새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세 사람은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오다 노부나가는 `목을 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게 만든다`,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대답한다.

김명희
김명희

오다 노부나가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전국 시대를 수습하고 통일의 기틀을 만들었다. 눈치가 빠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지만 재간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를 가지고 때를 기다려 통일시대의 마지막 영웅이 된다.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거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게임업계 최대 빅딜`부터 `적과의 동침`까지 다양하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중반 비슷한 시기에 창업해 게임이란 한 우물을 파왔다. IMF와 IT 거품을 거치면서 `게임으로 세계 재패`라는 같은 꿈을 가졌다.

두 경영자의 운명이 갈렸다. 전국시대를 방불케하던 시장 재편은 넥슨의 승리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두 사람이 선택한 길은 완전히 달랐다. 김정주 대표의 장기는 인수다. 넥슨은 작은 게임을 많이 팔았다. 해외로 나갔다. 울지 않는 새의 비유로 말하자면 `세계는 넓다, 우는 새를 사면 된다` 식이다.

반면에 김택진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 게임 개발에 모든 것을 걸었다. 대작 게임 개발 부문에서 블리자드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게임사가 엔씨소프트였다. 넥슨은 돈을 가장 잘 버는 회사였지만 개발력으로는 언제나 엔씨소프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았다. 자부심도 컸다.

엔씨소프트의 성장세가 멈추자 김택진 대표는 깜짝 놀랄 결단을 내렸다. 그는 새를 울게 만드는 세 가지 방법 모두를 취했다. 최대주주 자리를 내어놓는 것으로 자신의 기득권부터 내려놨다. 넥슨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 막혔던 해외 진출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욕심을 버리고 때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했다. 두 남자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콘텐츠산업부·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