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소녀가 한국 아이돌 스타 공연에서 한국어가 쓰인 플래카드를 흔들고 남미 청소년이 최신 K팝 춤과 노래를 따라 하는 모습이 이제는 친숙하다. 과거 우리가 홍콩, 일본, 미국 문화 콘텐츠에 열광했던 모습을 이제는 반대로 지구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트렌드 또는 흐름이라고 한다. 트렌드 속성은 한마디로 `한때` 그리고 `반복`이다.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한류가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 되어서는 문화로서 생명력과 파급력을 계속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문화를 정의하고 규정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 유행보다는 오래 지속하는 생명력과 정보로서 유무형의 가치를 지닌 것이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슷한 문화를 공유한 인접 국가들 사이에서 문화가 전파되거나 시대적으로 장르를 형성해 마니아층에 인기를 끌었던 문화는 종종 있다.
그러나 한류처럼 콘텐츠로 시작해 점차 다른 영역으로, 그리고 세계 문화권으로 퍼져나간 예는 드물다. 세계인이 한국의 대중문화를 누리고 소비하며 열광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과 네트워크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네트워크와 디지털 디바이스의 대중화 덕분에 세계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묶였다. 다른 나라 및 문화권과 다양한 방법으로 빠르게 교류하면서 우리 공감대와 취향을 바탕으로 한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에게 소비된다.
촘촘하게 얽힌 소셜네트워크는 한국 K팝 아이돌 스타의 뉴스가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는 바탕이다.
최근 야후에서 진행한 가수 김현중 팬 미팅 행사는 국내뿐 아니라 홍콩과 대만에서 총 25만2660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이벤트 참가 인원이 2만6000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한류가 한때 소비되는 유행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의 속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네트워크화는 더욱 빠르게 이뤄지고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이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이 시대에 네트워크에 흐르는 한류는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가장 좋은 자산이며 정보다. 여기에 `지속 가능한`이라는 양념이 가미되면 `유산`이라는 새로운 꼬리표를 얻을 수 있고 유행에서 역사로 바뀐다.
한류의 미래가 인류 역사에 의미 있는 유산이 되려면 단순한 콘텐츠의 확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체계적으로 축적한 데이터와 가치 있는 정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류가 유통되는 채널만큼이나 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중요하다.
네트워크에서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한류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모아 유통하고, 팬들이 쉽게 누릴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구심점 역할을 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디지털과 인터넷 시대 중심축인 포털 서비스가 이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가 모이고 검색되고 공유되는 포털이야말로 다양하고 방대한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를 하나로 통합 보관하고 전파할 가장 좋은 플랫폼이다.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한류뿐 아니라 다양한 세계 문화를 축적하고 공유하며 미래 지향적 역사의 산실이다.
이경한 야후코리아 대표 kennylee@yahoo-i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