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날로그 통신 `무전기`의 디지털 변신

무전기도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아날로그 통신기기의 화려한 변신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포스코 등 대기업 제조 분야와 롯데, 테스코 등 서비스 업계는 물론이고 한국공항공사, 한국수력원자력, 소방서, 경찰 등 공공기관에서도 디지털 무전기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장비를 디지털로 교체해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모토로라 등 시장 선두 기업이 디지털 풀 라인업을 갖추고 공급에 나서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2~3년간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무전기의 가장 큰 특징은 △통화그룹 확장을 활용한 효율성 증대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 송수신이다.

주파수 하나를 복수 그룹이 쪼개 쓸 수 있어 효율이 높고 각 산업에 맞는 특수 솔루션을 구현해 맞춤 통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 거점별로 묶인 무전 통신을 그룹화 해 본사 차원에서 감청할 수 있어 관리 편의성이 높고 영역 확장이 쉽다.

디지털 교체 수요가 크게 늘자 글로벌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무전기 공급 수요는 연간 12만대 수준으로 2014년 간이무선국 디지털 진입 규제가 풀리면 교체가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솔루션코리아는 이달 들어 산업용 디지털 무전기 `XiR P8600` 시리즈와 `XiR P6600` 시리즈를 내놓고 본격적 영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 시리즈는 초기 제품부터 한글화를 거쳤다. 기존에는 출시 이후 한글화까지 최고 6개월 이상 소요됐지만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초반부터 국내 전용 제품을 지원했다.

김한영 모토로라솔루션코리아 상무는 “국내 디지털 무전기 전환율은 아직 1% 미만”이라며 “수 년 내 기존 시장 50% 이상이 디지털로 바뀔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무전기 시장 대표격인 호주는 3년이 채 안된 기간에 50% 이상 디지털 전환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무전기 업계는 아직 디지털 제품을 준비 중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히 구현된 디지털 무전기를 만들어내기에는 아직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다만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비교적 접근이 수월해 새로운 생태계가 기대된다. 디지털 무전기에 올릴 일종의 특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국내 중소업체 티웨이는 최근 모토로라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골프장 관제 시스템을 디지털 무전기에 이식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외에도 몇 군데 업체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맞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디지털 무전기를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