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회사 안가" 취업 안하고 버티던 고졸 결국…

특성화고 전문인력 채용박람회 가보니

“언론에 노출된 회사만 찾습니다. 1~2년 사회생활을 해봐야 현실을 알겠죠.”-반도체 설계 A사 인사담당 박 모 대리

“20명이 신청했는데, 이 중 우리가 찾는 스펙을 갖춘 학생은 10명 정도입니다. 몇 명이나 올지 모르겠습니다. 작년엔 종일 두 명 면접봤습니다.”-IT솔루션업체 B사 박 모 인사부장

13일 서울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특성화고 전문 인력 채용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벤처업계 인사담당자 말이다. 고졸 예비 취업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학생이 아직 많다는 설명이다.

채용 현장에서 만난 학생은 `모두`란 단서를 달 수는 없지만 `채용`에 대한 강한 의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회진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알오컨설팅 곽건 생존연구소장은 “등 떠밀려온 학생들이 적잖은 것 같다”며 “세상과 직접 부대끼면서 경험한 학생들이 아니어서 기업 눈높이에는 못 미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청기업 쏠림현상도 심했다. 주성엔지니어링·티켓몬스터 등 몇몇 규모 있거나 많이 알려진 회사 부스에는 학생이 줄을 서서 기다렸으나 한적한 부스가 눈에 많이 띄었다. 시작 한 시간 동안 한 명도 면접을 보지 못했다고 밝힌 업체도 있다. 이 회사 담당자는 “회사에서 석·박사 개발자를 뽑았는데 실력을 인정받으면 바로 대기업으로 이직한다”며 “이직 걱정 없이 함께 일할 학생을 찾는데 쉽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중견 벤처기업 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260명 학생 면접 신청을 받는 J사 인사담당 과장은 “학교가 고졸 학력으로 취업시켜 명성을 쌓으려는 것 같다”며 “우리는 마이스터고 졸업생 등 우수 학생을 찾는데 그런 학생은 삼성·LG 등 대기업만 고집한다. 부모 입김도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학생이 형식적으로 현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장수근군(양영디지털고 3년·19)은 “대기업에 들어가도 힘들고 눈치 보며 다녀야 한다고 들었다. 중소기업에서 자기 계발해 기회가 된다면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민양(예일디자인고 3년·19)은 “취업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대학에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눈높이 차이를 좁히려면 서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승호 서울공고 취업실과 부장(화학공업 교사)은 “기술 하나로 성장한 회사를 학생이 알 수도 없고 관심도 낮다”며 “재무제표나 어려운 기술 소개 자료가 아닌 동영상으로 쉽게 회사와 기술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희길 리라아트고등학교 취업담당 교사(컴퓨터미디어)는 “학생에게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곳에 가서 꿈을 키울 것을 지도한다”며 “대기업처럼 벤처도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호 주성엔지니어링 인사팀 과장은 “정부가 학교 커리큘럼에 중소·중견기업 우수성을 알리는 내용을 넣었으면 채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사는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90여개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2500여명이 참여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