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애물단지

옛날에는 아기나 어린 자식이 죽으면 관을 쓰지 않고 단지에 담아 묻었다. 이를 `애물단지`라 한다. 부모의 애끊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는 이런 심정으로 속 썩이는 자식이나 물건을 `애물단지`라고 부른다. `어린 나이에 부모보다 앞서 죽은 자식이나 속 썩이는 물건`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애를 태우면서도 버릴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끼고 사는 스마트폰이 딱 그 짝이다. 스마트폰은 신제품 개발 주기가 아주 짧다. 1년이 멀다 하고 새 제품, 새 통신서비스가 등장한다. 신제품도 금세 구형 제품으로 전락한다.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구형 제품은 서비스 품질이 뚝 떨어진다. 그럼에도 한시라도 손에서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물건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최고 앱인 카카오톡에 `보이스톡` 기능이 새로 가미됐다. `보이스톡`은 문자 채팅에 이어 음성 통화까지 공짜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라서 이동통신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mVoIP는 이통사들이 매출 감소를 우려해 기를 쓰고 막아온 서비스다. 얼마 전부터 조건부로 조금씩 개방하던 것이 이번에 LG유플러스가 보이스톡을 계기로 전면 개방하기로 하면서 빗장이 풀렸다. 이로써 mVoIP는 롱텀에벌루션(LTE)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 스마트폰이 이번에는 통신사업자에 애물단지를 하나 선사한 셈이다.

`보이스톡`은 이용자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서비스다. 다만 구형 단말기를 보유한 3G 사용자들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새로운 기능에 기대를 걸고 지인에게 `보이스톡` 콜을 넣어보지만 뚝뚝 끊어지는 말소리에 끌탕만 는다. 언제쯤 통신시장이 안정을 되찾아 스마트폰이 애물단지 신세에서 벗어날지 궁금하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