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미국을 일컫는 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위상을 반영한 표현이다. 초기에는 압도적으로 강한 군사력 때문에 미국을 천조국으로 불렀지만, 최근에는 `미국 특유의 문화나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인터넷 밀리터리 동호회 등에선 `천조국의 위엄` 같은 제목이 달린 미군 최신예 전투기나 전함, 첨단 군사 장비 사진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아름다운 미국 여성 사진엔 `천조국의 미녀`, 미국 연인의 기발한 프러포즈 영상엔 `천조국의 프러포즈` 등의 제목이 붙는다.
본래 `천조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중국은 `천자`가 다스리는 `하늘의 왕조`라는 의미에서 `천조`(天朝)라 불렸다.
근대 들어 사라진 이 표현은 최근 미국을 가리키는 말로 부활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군사 마니아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국방비로 1000조원을 쓰기 때문에 `천조국`이라 불린다는 설도 있다.
과거 조선이 중국에 사대 정책을 취했듯, 현재 우리나라도 미국의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천조국`이란 말도 처음엔 우리나라가 미국의 속국이라고 비꼬는 뉘앙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인터넷에선 대부분 그런 정치적 함의 없이 유머러스하게 쓰인다.
중국의 거대함에 경의를 나타내는 말이 `대륙`(본지 2011년 8월 19일자 26면 참조)이라면 `천조국`은 미국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대륙`이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혼란을 겪는 중국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라면 `천조국`은 다양하고 풍요로운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천조국의 진정한 위엄은 입만 열면 `반미`와 `자주`를 부르짖는 정치인·학자·시민운동가 등도 자녀는 모두 천조국에서 공부시킨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핵안보정상회담 참석차 방한한 천조국 황상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생활 속 한마디
A:마돈나가 콘서트 도중 가슴을 노출하는 돌발 행동을 벌였다죠?
B:역시 천조국의 스타는 다르군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