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초고선명(UD)TV

초고선명(UD:Ultra Definition)TV가 방송 산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포스트 고선명TV(HDTV) 시대를 이끌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 기존까지는 3차원(3D) 방송이 앞서 있었지만 최근에는 UDTV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머징이슈] 초고선명(UD)TV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 `NAB 2012`에서도 이런 흐름은 감지됐다. 주요 방송장비 업체가 UDTV를 위한 4K 촬영용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대거 선보였다. 반대로 매년 주목받던 3D 방송장비 분야에서는 특별한 신제품이 없어 대조를 이뤘다.

◇3D `지고` UDTV `뜨고`=지금까지 포스트 HDTV 대표주자는 3DTV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이제는 UDTV가 3DTV를 밀어내고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측된다.

UDTV가 떠오른 것은 `경제적` `기술적` 이유에서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UDTV 콘텐츠 제작비용이 3D보다 저렴하다. 3D 콘텐츠 제작비는 일반 HD프로그램 보다 갑절 이상 든다. 하지만 방송으로 거두는 수익은 그대로다. 방송사 관계자는 단적으로 “3D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광고 단가가 높아지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방송사가 3D 프로그램 제작을 점점 꺼리고 있다.

반면에 4K UDTV는 제작비가 HDTV보다 조금 높아지는 정도여서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3D는 한계가 보인다. 3D가 등장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장시간 시청 시에는 두통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UDTV는 기존 TV와 비교해 시청할 때 차이점이 전혀 없다. 화면이 커야 향상된 화질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작은 스크린으로도 시청하는 데 문제없다. 화질이 향상되며 원근감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입체 효과가 느껴지는 점도 3D를 대체할 수 있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UDTV 기술 개발 활발=UDTV는 영화보다 뛰어난 화질과 다채널·고품질 음질을 제공하는 차세대 방송기술이다. 일반적으로 4K 이상을 UDTV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기술이 더 발전해 4K를 UDTV, 8K는 UHDTV로 구분한다. 4K는 풀HD(1920×1080) 해상도의 네 배(3840×2160)고, 8K는 열여섯 배다. 네 배, 열여섯 배 등 수치만으로는 화질을 실감하기 어렵다.

일본 NHK를 방문해 8K 시연을 보고 온 방송사 관계자는 “비가 온 뒤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영상을 봤다”면서 “도로에 튀는 물방울 하나까지 보이고 화면상에서 500원 동전 크기로 보이는 도로 위 맨홀 뚜껑 글씨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화질”이라고 평가했다.

UDTV 기술을 선도하는 곳은 일본과 한국이다. 일본 NHK는 이미 수년 전부터 UDTV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8K 필드테스트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이 UDTV에 집중하는 것은 HDTV 분야에서 한국에 밀리며 세계 시장을 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차세대 기술인 UDTV에서는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방송장비와 TV 수상기 시장을 되찾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KBS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UDTV 실험 방송을 추진한다. UDTV 출시를 앞두고 있는 LG전자 등 국내 가전사와 협력해 세계 UDTV 시장 공략도 함께한다.

KBS는 하반기 중 관악산 송신소에 UDTV 송출장비를 구축하고 실험 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가전사와 함께 공동시연, 정합테스트 등을 실시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한다. KBS는 이번 실험방송을 시작으로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UDTV 시범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UDTV 언제 보나=일반 가정에서 UDTV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중에 UDTV를 수신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 연말께 LG전자가 내놓을 예정인 UDTV가 최초가 될 전망이다. UDTV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화면 크기가 커야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LG전자가 출시할 UDTV는 84인치나 된다.

UDTV가 출시돼도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것이 한계다. 국내 지상파에서는 연내 실험방송 정도가 계획돼 있고 계획도 아직 미정이다. 기존에 UDTV로 촬영한 콘텐츠나 HD방송 영상을 변환한 프로그램을 시청해야 한다.

물론 제품 출시와 맞물려 UDTV용 콘텐츠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UDTV 시장에 기대도 높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UDTV 세계 시장 규모가 올해 3만여대에서 2015년 214만대로 늘어 연평균 299%씩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