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동반성장 해법 `기술임치제`](https://img.etnews.com/photonews/1206/293503_20120614150703_834_0003.jpg)
지난 2010년 9월 29일 정부가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산업계 전반에 걸쳐 동반성장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대기업은 어느 때보다 더욱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한 따뜻한 온기는 특정 분야에서만 협력 중소기업에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호협력의 기반이 되는 협력 중소기업 핵심기술 보호는 아직까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안타깝다. 언론 등에서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자주 언급하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특별한 해결책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중소업체인 O사는 통신기기 자동개폐장치를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했다. 하지만 해당 대기업이 자사 계열사를 통해 납품받은 기술을 동일하게 개발함으로써 결국 O사는 막대한 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하도급 기술 탈취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2.1%가 기술 탈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기술자료 임치제도(이하 기술임치제)`를 도입했다. 기술임치제는 납품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핵심기술(설계도, 공정도, 노하우 등)을 대기업에 제공하지 않고 제3의 신뢰성 있는 기관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보관해둠으로써 기술 탈취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는 납품받는 대기업에도 안전한 유지보수를 보장하는 보험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파산·폐업 등이 발생하면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맡긴 임치물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다. 최근 영화 관련 대기업인 D사는 극장 관리 소프트웨어(SW)를 납품한 업체의 사업 철수로 곤란을 겪었으나 임치물을 교부받아 안전하게 유지보수할 수 있었다.
기술임치제는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기술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은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기술이 유출됐을 때 개발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2월 국회는 기술임치제를 통해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생법도 개정했다. 임치한 기술에 법적 추정효과를 부여한 것이다. 임치일로부터 개발시점과 내용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술임치제 이용 기업의 개발기술에 공증 효과를 부여했다.
기술임치제는 시행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기술보호 안전장치로 정착했다. 지난해 말 10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25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무수한 기술이 개발된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제도가 활성화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기술임치제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제도 알리기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1930∼1940년에 기술임치제가 도입됐다. 지금은 기술보호 안전장치로 보편화됐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기술 탈취 방지는 물론이고 대기업의 안전한 사용 보장, 영업비밀의 안전한 보호라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는 기술임치제 이용이 보편화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기술보호에서도 강국이 돼 대한민국 국제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를 기대한다.
윤정선 국민대학교 교수 jyun@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