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융합 시대를 열자]<1>새로운 ICT 비전과 전략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를 겨냥한 다양한 국정과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의 큰 축으로 떠오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전자신문은 `부활IT강국 운동연합`과 공동으로 차기 정부에서 꼭 해결해야 할 ICT 과제를 점검합니다. 새로운 연재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마트 융합 시대를 열자]<1>새로운 ICT 비전과 전략

`2012 실리콘밸리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실리콘밸리 일자리는 4만2000개가 만들어졌다. 이는 2010년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ICT 부문 고용은 5.9% 증가한 반면에 제조업 일자리는 13.1%가 감소해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창조 기반 혁신력만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주체는 벤처기업이다.

대기업의 거대 자본과 조직만으로는 더 뻗어나갈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 중소벤처의 놀라운 창의력, 과감한 추진력, 투철한 기업가정신이 스마트 융합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을 만들어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의 조직력과 자본력, 축적된 노하우와 과제 수행능력은 인정한다. 이런 능력은 세계 시장 진출에는 적합하다. 그러나 그 역량도 중소벤처의 창조적 혁신 역량과 만날 때 십분 발휘될 수 있다.

2013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의 기본 기조를 디지털경제 민주화 관점으로 설정하고 새시대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실현할 정책 기조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가 안고 있는 ICT산업의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ICT산업이 소수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소수 대기업 중심의 3대 품목에 의존한 편중 성장 모델은 급변하는 융합 환경과 패러다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둘째, 취약한 후방산업이다. 세계 1위 조선, 세계 5위 자동차산업의 소프트웨어(SW) 국산화율은 4~5% 수준이고 부가가치 원천인 ICT산업의 주요 장비와 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핵심 부품·소재의 경쟁력도 매우 취약하다.

셋째, 지나치게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SW산업의 취약성이다. 내수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도급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T서비스 시장의 절반은 계열사 내부거래에 따른 폐쇄 시장이며, 공공시장은 비민주적 요소가 산재해 있다. 공공시장의 구조적인 저가 수발주 문제는 다단계 하도급과 중소벤처의 적자 누적, 시장생태계 부실화를 초래했다. 넷째, 불법복제 난무·저가 경쟁 심화 등이다. 이는 창의·아이디어 등 무형 지식자산 가치를 훼손하고, 혁신적인 국산 SW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어렵게 한다.

다섯째, 부족한 인력과 기술의 한계다. 산업현장의 IT인력 부족현상 심화, 핵심 원천 기술 부재에 따른 부가가치 제고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IT인력의 양적·질적 수급 불일치도 심각하다. 여섯째, 정책적 한계다. 그간 ICT 정책에 의한 광대한 신시장 창출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관련 부처마다 정책 범위가 달라 산업 육성에서 선택과 집중, 다른 산업으로 ICT 융합과 활용을 위한 정책적 시너지 발휘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일곱째, SW 육성의 한계다. 최근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개선이 기대되었지만 아직도 SW산업 고유의 창의성, 역동성을 독려하는 정책적 배려는 부족하다. 미래 흐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ICT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역량이 요구된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청년실업 해소와 장기적인 2만달러 정체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다. 부존자원은 없으나 우수 인력이 넘쳐나는 우리는 스마트 융합과 SW 분야에 해법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ICT과제를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창의적 융합을 통한 세계일류 ICT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 설정을 제안한다. 이를 실현할 전략으로 ICT산업 역동성 강화, 스마트 융합을 통한 산업의 성장활력 재충전, 창의적 성장환경의 스마트 생태계 조성 등이 필요하다. 세부과제로 새로운 국가정보화전략과 거버너스 체계 구축, 디지털경제 민주화에 걸맞는 ICT산업과 시장 생태계 확립을 위한 정책 마련 등이 산적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현대·삼성 등 대기업 건설사 담합으로 4대강사업 혈세가 1조원 넘게 샜다”고 밝혔다. 다음 정부는 4대강과 같이 산업시대로 퇴행하는 구시대적 국책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4만달러시대를 조기에 실현해 소득을 더불어 함께 공유하도록 하는 스마트 융합 국가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규성 부활IT강국 운동연합 대표 선문대 교수 ksnoh@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