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복수전공 하면서 문·이과 대학생의 공대생 인식을 알 수 있었다. 우선 공대생을 칭하는 말로 `공돌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공돌이는 공장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젊은 남자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바깥에서 보는 공대생의 사정은 꽤 다르다. 미국은 많은 공대 벤처 성공 신화 때문인지 공대생은 `쿨`하다고 여긴다. 중국은 공대 출신 고위공직자가 많아서 그런지 공대생은 미래에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대학생은 공대생은 머리가 좋고 공부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한다. 그렇다. 공대생은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대로 꼭 시험만 잘 보고 커리큘럼만 잘 따라가서 석·박사를 하는 것만이 살아가는 길은 아니다.
공대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왜 이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 모른 체 그냥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가 전공한 전자공학은 3학년 때까지가 개론과목이라 공부에 고비가 올 때 참을성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져 공부가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면 왜 이 과목을 배우는지 가르쳐 주지 않고 어려운 수식만 늘어놓는 교수님과 정형화된 공대생을 원하는 기업, 폐쇄적인 사회 시스템 탓을 해야 하나.
아니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환경을 탓하는 것은 왜 내가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어나지 않았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그러면 공대생은 어떻게 깜깜한 현실을 이해하고 바꿔나가야 할까.
대학교 2학년 때 생긴 창업동아리를 들었다. 동아리에 들어가 보니 2000년 이후로 아무도 창업을 하지 않고 사업계획서만 쓰고 있기에 물이라도 팔아보자는 심정으로 창업에 나섰다.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데 당시에 싸이월드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 평소 IT에 관심이 있던 난 새로운 서비스가 웹2.0 토대에서 탄생한 것을 알게 됐다.
학교 식당이 부족해 점심을 동아리방에서 주로 시켜먹곤 했는데 여기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일방향적인 배달 서비스를 웹2.0의 개념인 양방향 서비스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수백만원의 광고 매출이 났다. 이후 공대에서 배운 개념과 사고가 매력적이고 파워풀함을 느꼈다.
꼭 창업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공대생은 현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키피디아에서 공학 정의를 검색해보면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 과학적 원리, 지식, 도구를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등을 만드는 것`이라고 나온다. 공대생이 가질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사고방식은 비교우위가 확실하고 어떤 영역에서든 창의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주체적 사고를 갖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사고로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먼저 업계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IT가 모든 분야와 융합되면서 지금의 변화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패러다임을 읽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려면 업계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양질의 매체를 수시로 접하고 끊임없이 탐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
지금 수많은 미디어가 트렌드에 대해서 끝임없는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전자신문은 IT업계를 파악하는 데 가장 정통한 신문이다. 공대생에게 전자신문은 필수다. 그렇지만 여러 퀼리티 있는 블로그나 트윗, 외국 미디어에서 얻는 다양한 시각은 아쉽다. 전자신문이기 때문에 매체의 전달기술 수준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디스플레이든지 가장 먼저 보여지고 일반 온라인 신문 버전과는 달리 UX·검색·디자인· 광고 등이 더 고객 지향적이어야 한다.
최근 미국 할리우드 스타가 중심이 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테크 셀레스터 (Tech-Celestor)가 등장했다. 공대생이 할리우드 스타와 멋진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 투자를 받아 일반 직장인이 만져볼 수 없는 돈을 번다.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이고 파워풀한 공학 특성상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10년 후면 멋진 옷과 멋진 차를 타고 유명 인사들과 어울리는 공돌이가 아닌 쿨한 공대생이 많이 나올 것이다. 잘 모르겠다고? 그럼 이 글을 읽는 공대생이 하면 된다.
최호윤 서강대 전자공학 전공 chy03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