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정보통신(ICT) 독임부처 부재로 인해 ICT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고 각종 ICT 관련 국가경쟁력 지표가 하락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특히 ICT산업 진흥 정책기능이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면서 IC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도에 비해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ICT 정책 기능이 4개 부처로 분산되고 총괄조정 역할이 미흡해 아이폰 쇼크 등 세계적인 ICT 생태계 변화의 선제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현 정부에서도 ICT는 여전히 정책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고, 융합 트렌드에 부합한 정책 대응을 위해 취한 분산형 거버넌스도 성과를 거뒀다는 주장이다.
정부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다. ICT 연구개발(R&D) 예산은 2008년 1조6000억원에서 2011년 2조3000억원으로 43.8%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R&D 부문은 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 삭감 방침에 따라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다양한 ICT 융합성과를 창출하고, 주력 ICT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및 각종 ICT지수에서 2008년 이후에도 상승세를 탔다. 휴대폰·TV·반도체 등 ICT 전반 경쟁력이 높아졌고 이는 크게 늘어난 수출로 입증됐다. ICT산업 성장률은 9.6%로 세계 평균 5.7%를 크게 상회한다.
최근 현 정부의 ICT정책 실패 사례로 언급되는 WEF의 네트워크준비지수도 ICT 정부 우선도 및 정부 비전의 ICT 중요도 등 정부 관련 세부지표는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지경부는 반박했다. 여전히 민간 부문의 성취를 정부 정책 결과로 설명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다.
지경부는 2008년 정부 조직개편 이후 업무영역의 명확화와 부처 간 갈등 완화를 바탕으로 ICT 관계부처 간 정책 협조 및 범부처 ICT전략 수립 강화 등의 성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보완하자는 논리가 등장했다. 일명 ICT산업이 다른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 진흥기능의 통합`이다. 이 조직개편안은 기존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중심의 통합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든 융합 트렌드 하에서 제대로 된 산업 진흥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면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도 대외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표방한다. 물론 산업 진흥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 어디냐는 점으로 들어가면 그 중심에는 지식경제부가 위치한다. 결국 산업 진흥 담당 부처 중심의 ICT 통합이 국내 산업 대부분을 관장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기능 강화로 비쳐지는 이유다. 물론 이 부분은 거대 부처 논란을 피하고 싶은 지식경제부조차 가장 경계하는 비약이다.
여러 부처 간 이해관계를 떠나 산업 진흥기능 통합에는 다양한 풀어야할 숙제가 존재한다. 먼저 기존에도 계속 지적됐던 조직 비대화로 인한 ICT 관련 업무 소홀 가능성이다.
대통령소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작년 12월 발간한 `국가정보화 거버넌스 개편방안`에서 지식경제부 2010년 업무계획보고에서 IT 관련 정책은 3개 분야 12개 중점 추진과제 중 신성장동력 성과 가시화와 민간투자 활성화에 융합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신성장동력 종합추진계획에 17개 신성장동력별 세부추진계획 중 3개가 IT와 직접 관련된다. 현 정권 출범 초기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중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ICT 선도 기술을 진흥시키는 기초연구나 대형 투자 대신 응용 및 융·복합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현재까지 확보된 ICT 경쟁력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ICT 전문인력 부재도 제기되는 문제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정보화 관련 인력들이 지식경제부로 이전했지만 순환보직으로 ICT와 상관없는 부서에서 근무하게 돼 전문성이 사장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기존 지식경제부 직원들은 ICT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행정안전부 등 다른 부처로 일원화해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업무가 많은 지식경제부가 치열한 국가 간 경쟁 상황에서 분야별로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힘들 수도 있다.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산업 진흥 부처의 ICT 관할은 융합 트렌드에서 경제 발전과 산업 진흥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디지털TV와 같은 디지털기기 등 정보통신 제품이 수출을 선도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이 자동차, 선박, 플랜트 등 기존 산업과 융합한 경쟁력 강화는 ICT를 포함한 산업 전반을 동일 부처에서 관장하는 가장 큰 기대효과다. 지식경제부가 작년 4월 공포한 산업융합촉진법도 산업 전반의 융합 촉진 및 새로운 융합시장 창출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조차 산업 진흥 전반을 동일부처에서 관장하며 규제까지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규제가 묶이면 산업 진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과거 초기 정보화시대에는 진흥·규제를 묶어 빠른 추격자(Fast-follower)로서 따라잡기 전략에는 유효했지만 강제로 인한 민간 창의성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ICT산업 발전을 오히려 지연시켰다고 보고 있다. 자신만의 표준에 집착해 세계시장에서 고립·도태된 일본 ICT기업의 몰락이나 국내 단일 모바일 플랫폼을 추구했던 위피(WIPI) 정책 실패에서 보듯 `ICT 갈라파고스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지경부 내부에서는 ICT정책 기능의 부처간 재분배보다는 금융·교육·의료 등 개별 부처 ICT정책 역량 강화와 분야별 혁신을 유도하되 이를 전략적으로 연계·조정할 수 있는 개별 부처보다 상위의 강력한 총괄·조정 거버넌스 신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경부 주변에서는 특히 ICT정책의 상시적인 우선순위 확보와 범부처 어젠다와 가능성은 물론이고 현행 부처별 IT정책 역할 분담을 유지하고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조직 적응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하게 내놓고 있다.
산업 진흥 통합부처(안) 장단점
2012년 네트워크준비지수(NRI) 측정항목 및 지표
*환경, 준비도, 활용도 분야의 세부지표 구성이 2011년까지 기존 지표를 재구성 단순 비교에 한계
2012년 네트워크준비지수 결과 중 정부 관련 세부지표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