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마을에 신사옥을 꾸린 국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제니퍼소프트. `땅콩집` 건축가로 유명한 이형욱 씨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사옥으로 설계한 첫 작품이다.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이 회사 이원영 대표는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옥 앞뜰 정원에 있는 나무와 꽃에 물주는 것이다. 이후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직접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먹는다. 제니퍼소프트 직원들은 이달 초 신사옥으로 이전하자마자 전문 바리스타에게 커피 제조 방법을 틈틈이 배우고 있다.
사장실도 따로 없다. 1층 카페가 회의실이 되기도 하고 정원에 펼쳐진 멋스러운 선베드가 개인 업무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사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곳곳에 이러한 공간을 마련했다.
실제 이원영 사장의 책상은 직원들이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남은 가장 구석진 자리 한 켠에 마련돼 있다. 법인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별도의 사장실은 없었다.
이 대표는 “3년 이상 준비한 것이 이제야 이뤄졌다”며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모든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며, 특히 휴식 공간과 사무 공간을 구분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하게 책상에 앉아있는 것을 직원들에게 원하지 않는다. 시간 날 때마다 재미있게 놀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수영장과 월풀도 이러한 취지다. 이곳은 마치 고급 호텔 수영장을 방불케 한다. 출근하자마자 아침부터 수영하고 있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점심 먹고 오후 2시쯤 나른함을 잊기 위해 수영장으로 가는 직원도 있다. 수영 시간이 이처럼 자유로운 것은 이 대표가 수영시간까지도 업무 시간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제니퍼소프트는 10시 출근 6시 정시 퇴근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2, 3층은 업무 공간이다. 하지만 여느 SW 기업과는 달리 영업, 마케팅 부서가 근무하는 2층은 파티션을 없애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3층은 개인별 파티션을 높이 설치해 개발자들을 위한 몰입의 공간으로 설계했다.
김성조 제니퍼소프트 기술이사는 “실제 개발과정에서 소통의 부재로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사옥은 곳곳이 회의 공간이 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소통이 증가하게 돼 업무 처리 속도가 향상됐다”며 “특히 개발자들은 불규칙한 업무 일정 속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어려운데, 사내 수영장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등 시간활용성 측면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 개발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직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제이미`라는 미국인 직원을 채용, 직원 자녀들에게 외국인 친구 역할을 맡게 했다. 영어 교육이 목적이 아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글로벌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한편 제니퍼소프트는 설립 7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성과가 해외근무 직원(6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 24명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올해는 30% 이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