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터넷 경제 뜬다…유럽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

특화서비스 토종업체 강세에 구글, 아마존도 맥 못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유럽 각국 인터넷 사용자 수

러시아가 유럽 최대 인터넷 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러시아인 입맛에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은 현지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맥을 못 추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9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러시아는 인터넷 사용자가 5300만명을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독일을 제치고 유럽 최대 인터넷 사용국이 됐다. 1년 새 14%나 성장하며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인터넷 보급률이 37% 정도여서 당분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도 활황세다. 러시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얀덱스는 올 1분기에만 59억루블(2억달러)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나 많은 금액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13억달러를 끌어모았다. 포털 메일닷루(mail.ru)는 2010년 런던에 상장하며 9억달러를 유치했다. 정부산하기관 스콜코보의 알렉산더 툴콧 IT부서장은 “1990년대만 해도 IT 엔지니어 2명 중 1명은 러시아를 떠나고 싶어했다”면서 “지금은 반대로 3명 중 1명이 귀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며 성장의 과실을 고스란히 수확했다. 러시아 검색시장에서 얀덱스의 점유율은 60.2%에 달한다. 2005년 진출한 구글은 26.5%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는 구글이 유독 러시아에서는 힘을 못 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토종업체 브칸탁테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4위에 불과하다. 메일닷루가 포털 시장을, 오존(Ozon)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인터넷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는 러시아 특유의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아날로그 성향을 보인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주문은 전화로 한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 업체 오존이나 인터넷 여행업체 오스트로복은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물류 체계가 부실해 배달도 쉽지 않다. 오존은 직접 물류회사를 보유하고 러시아 전역에 2000개가 넘는 물류집합소를 설치했다. 외국 기업으로선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구글은 복잡한 러시아어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자국 시장을 석권한 러시아 업체들엔 해외 진출이 당면 과제다. 얀덱스가 지난해 터키에 진출했으나 시장점유율이 1%에 그치는 등 아직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내지 못했다. 툴콧 IT부서장은 “천연자원에만 의존해선 미래가 없다”면서 “해외 인터넷 시장을 개척하는 젊은 기업을 발굴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5월 기준)

자료:라이브인터넷

러시아 인터넷 경제 뜬다…유럽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