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언글레스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무한 경쟁이라고도 하고 제로섬 게임이라고도 하고 직장생활은 기본적으로 싸움터입니다.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요즘은 눈부신 기술 발달로 전혀 엉뚱한 업종과도 경쟁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면 내비게이션이 등장하면서 지도를 만들던 출판사들이 타격을 입더니만, 스마트폰에서 내비게이션 앱을 제공한 뒤로 내비게이션 업계가 고전에 빠져든 것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장 발등의 불은 직장 내 동료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입니다. 동기들과 비교해 승진이 늦지는 않는지, 나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등등 직장인의 고민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자니 일 자체보다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스트레스가 더욱 심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일에서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한편 탁월함으로 조직 내에서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경력관리 컨설팅으로 1위를 한 기업의 창업자가 썼는데요, 눈이 번쩍 뜨일 조언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틈새를 공략하라`는 충고를 합니다. 맞춤법 교정,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기억력, 심지어 복사기에 낀 종이를 잘 빼내기 등 자잘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도 사내 전문가가 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거죠.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꽤 많은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분야를 파고들랍니다.
틈새가 작을 경우, 완전히 집중하기만 하면 자기만의 틈새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서요. 사람들은 각자의 고유 업무는 당연히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또 그러기 위해 월급을 주는 만큼 맡은 일을 잘 해내는 것만으로는 좋은 평판을 받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은이의 지적은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상사의 관점에 상황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그런 기술을 배우라는 `독불장군도 찌질이도, 상사는 상사`라는 말이나 실수를 저질렀다면 일단 관련된 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엎질러진 물의 법칙`은 일과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한 탁월한 조언으로 읽힙니다.
사실 자기계발서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또한 대개 비슷한 좋은 말이 반복되니 그게 그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름 효과가 있기에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거듭 출판되는 것 아닐까요.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지만 34가지 포인트를 콕콕 집어 일러주는 이 책, 사회초년병들만 보기엔 아깝습니다.
책 속의 한 문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경력은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그저 목적지만 목을 빼고 바라보고 있지 말고 여정 자체를 즐기세요.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전문가다운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세요. 최종적으로 얻으려는 것은 따로 있고 현재 직장은 징검다리에 불과하다고 여기더라도, 여전히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나를 원하는 위치로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데려다 줄 수 있습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