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징 전문업체인 루멘스가 얼마 전 독일 오스람과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스람은 루멘스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은 물론이고 국내 LED 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특허 전면전에 나서며 대립각을 세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루멘스가 현재 주력인 TV용 LED 백라이트유닛(BLU) 사업에서 조명 시장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오스람 특허 공방의 결과에 따른 실익 계산도 작용한 판단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루멘스(대표 유태경)는 오스람과 백색 LED 특허 95건에 관한 기술도입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오스람 특허 라이선스에 대한 기술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세계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고 부연했다.
관심은 특허 공방으로 민감한 지금 시점에 루멘스가 왜 오스람 기술을 도입키로 했는지다. 오스람은 국내 삼성·LG와 치열한 특허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삼성·LG는 오스람의 핵심 기술인 백색 LED 특허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만약 오스람이 패할 경우 특허는 자연스럽게 해소돼 루멘스는 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오스람이 이겨도 꼭 필요한 조명 기술을 서둘러 확보한다는 점에서 손해는 아니다. 루멘스 관계자는 “오스람 특허가 LED 사업, 특히 유럽 조명 시장에 진출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스람 특허가 LED 사업에 필수인 만큼 라이선스 체결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루멘스는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루멘스는 TV BLU용 LED 패키지 사업이 사실상 매출의 전부를 차지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일반 조명 및 차량용 조명으로 매출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LED 조명 업체 `엘이디라이텍` 최대 주주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조명 사업을 본격화하는 시기에 특허 침해 소송을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선진 기술을 조기 도입해 LED 조명 시장에 서둘러 진입하려는 것이 이번 라이선스 계약의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오스람의 특허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어서 삼성·LG와 오스람 간 특허 분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고객사인 삼성전자도 이번 루멘스와 오스람의 특허 라이선스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당장 오스람은 특허 분쟁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스람 관계자는 “(루멘스의 라이선스 체결이) 오스람 특허의 힘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경쟁사들이 우리의 백색 LED 특허가 무효화됐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근거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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