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331)혼란에 빠진 유럽 이동통신사업자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미국 유력 매체인 포브스는 유럽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가입자 이탈과 모바일 음성 서비스 매출 하락 현상에 관해 소개하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유럽 경제위기의 여파가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미치면서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통신규제 당국 `BIPT`는 지난 2011년 벨기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음성 매출이 전년 대비 11%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유선전화의 분당 평균가격은 1년만에 4.54유로센트에서 1.31유로센트로 하락했다. 유선전화 매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벨기에 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비는 19% 증가했다.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규 투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BIPT가 통신사업자들의 지난해 매출 현황을 공개한 날 공교롭게도 독일의 통신사업자인 도이치텔레콤은 2015년까지 본사 인력을 1300명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이동통신산업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 또 다른 사례는 스페인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이통사업자들은 지난 4월에 38만명의 가입자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 이통사업자인 텔레포니카와 보다폰의 4월 가입자가 특히 크게 감소했다. 오렌지와 `요이고`가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현재 스페인은 4명 중 한명꼴로 실업자 신세다. 스페인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최근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던 스마트폰 보조비를 없앴다.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신규 가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이동통신 가입자가 지난 1분기에 무려 170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이통통신 사업자들은 과연 경제 위기를 맞아 앞으로 가입자가 계속 줄어들 것인가? 아직 확언하기 힘들지만 현재 경제위기 상황을 보면 그런 위기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통사업자들의 주가는 이미 큰 하락세다. 텔레포니카는 지난 2010년 주당 30달러에서 현재는 주당 13달러로 떨어졌고, 텔레콤 이탈리아 모바일도 주당 15달러에서 6달러로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프랑스와 독일에까지 확산될 지 모른다는 우려다. 이미 두나라 통신사업자들의 실적 역시 최근 몇년사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되고 있지만 신규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6년까지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2011년 대비 18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위기는 유럽 경제위기의 또 다른 단면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