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빅데이터

떡밥의 제왕. 미드(미국드라마) `로스트`를 연출한 J. J. 에이브럼스 앞에 늘 붙는 수식어다. 씨줄날줄 같은 촘촘한 장치와 상상력으로 관객을 잘도 낚는다. 그의 작품을 보면 저걸 어떻게 다 주워 담으려고 저러나 걱정까지 든다.

이번엔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로 여럿 몸살 나게 만든다(에이브럼스야말로 `요주의 인물`이다). 천재 프로그래머와 전직 CIA 요원이 범죄를 미리 막는다는 내용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밑밥이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들에겐 `기계`가 있다. 기계가 전화, 이메일, CCTV에 담긴 방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범죄와 연관된 사람을 콕 집어낸다. 몇 년 전만 해도 코웃음쳤을 소재다. 이젠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디지털 정보량이 2.7ZB(1ZB=1조GB)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쏟아지는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돈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특정 기업의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는 게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자가운용기지국기술`을 롱텀에벌루션(LTE)망에 적용한다. 과거 어떤 장소에서 통화량이 늘었는지 누적 데이터를 이용해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고 장애를 복구하게 하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몸 상태와 기분까지 파악해 서비스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최근 UN은 데이터분석업체 SAS와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대화를 연구해 실업률을 예측했다. `적대적` `우울한`이란 단어 사용이 늘면 4개월 후 미국 실업률이 크게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는 드라마 소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차세대 먹거리로 떠올랐다. 안드레아스 바이젠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빅데이터를 `새로운 시대의 석유`라고 규정했다. 이 귀한 석유가 널렸다. 누가 어떻게 먼저 캐낼 것인가.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