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통사, “트래픽 줄이게 무선공유기 공짜로 받아가세요”

일본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앞 다퉈 유무선공유기를 공짜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시판가가 약 14만원이나 되는 제품이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25일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 등 주요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유무선 공유기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거나 무상으로 대여하는 이벤트를 확대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스마트폰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유무선공유기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당초 이 행사는 5월말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고객들의 큰 호응에 12월말까지 연장했다. 소프트뱅크도 데이터통신 정액요금제 가입자에게 공짜로 유무선공유기를 나눠준다. KDDI는 월 525엔에 대여하던 유무선공유기를 8월말까지 스마트폰 가입자 전체에게 무료로 대여하기 시작했다. 앞서 스마트폰을 구매한 고객도 신청만 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모든 가입자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셈이다.

3사가 지금까지 무상 제공한 유무선공유기는 100만여대로 수십억엔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공짜로 나눠주는 목적은 트래픽 분산이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자 일본에서는 데이터 소비량이 폭증세를 보였다. 급기야 음성통화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 이통사들은 서둘러 기지국 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기지국 증설 속도가 트래픽 증가에 비해 턱없이 느려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이통사들은 유무선공유기를 보급해 트래픽을 분산, 3G 네트워크의 부하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 하루 동안 트래픽이 가장 몰리는 시간은 저녁 11시 전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야간 시간대에 집중된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1국당 수백만엔에서 수천만엔이 소요되는 기지국을 세우는 것보다 유무선공유기를 공짜로 나눠주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통사들이 새 경쟁 포인트로 삼고 있는 동영상서비스도 또 다른 원인이다. NTT도코모는 월 420엔으로 애니메이션을 무한정 볼 수 있는 `애니스토어`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 KDDI는 약 1000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비디오 경로` 서비스를 지난달에 개시했다. 소프트뱅크도 기존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여름부터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크기가 큰 동영상은 3G망에서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지만 유선망을 연결하는 공유기가 있을 경우에는 트래픽 분산 효과가 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최종의 대안은 될 수가 없다”고 내다봤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