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제철이 3년 가까운 치밀한 준비 끝에 포스코를 상대로 영업비밀과 특허 침해 소송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신일본제철에 유리한 수사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기사 3면
25일 법원 및 업계에 따르면 신일본제철은 지난 2009년 7월 30일 대구지방법원에 수사기관처분에 준항고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항고란 검사·사법경찰관의 일정한 처분에 불복해 관할 법원에 취소·변경을 구하는 제도다. 신일본제철은 대구지검에 2007년 발생한 포스코 기술유출 사건의 수사기록 공개를 신청한 뒤 거절되자 이 절차를 밟았다. 지난 2009년 12월 일부 인용 판결이 내려졌으며 양측의 항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가 2년 넘게 계류됐다.
신일본제철이 포스코 기술유출사건 기록을 추적하는 것은 포스코가 자사 전기강판 제조 기술을 부정 취득한 증거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당시 해당 사건 재판 과정에서 포스코가 신일본제철 기술을 몰래 빼왔다는 주장이 포스코 전직 연구원 입을 통해 나왔다. 신일본제철은 준항고를 통해 포스코의 부정 기술 취득 주장을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를 찾으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일본제철은 지난 1990년대 포스코가 고성능 전기강판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자사 기술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가졌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대구지검이 포스코 기술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포스코 전직 연구원을 구속, 재판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찾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 22일 포스코 조회 공시로 확인된 신일본제철의 지난 4월 민사소송 제기가 오랫동안 치밀한 준비 끝에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형사기록에 상당히 민감한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보여 대법원 판단에 따라 큰 파장도 예상됐다. 신일본제철이 준항고를 통해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게 되면 한국에서 추가적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일본제철은 포스코가 고성능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빼갔다며 지난 4월 도쿄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소송을, 미국에 특허소송을 냈다. 신일본제철은 일본 소송에 986억엔(1조4137억원)을 청구했다. 미국 소송은 청구금액을 특정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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