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시장이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울 만큼 변한다. 디아블로3, 리그오브레전드, 외산 게임이 국내 PC방 점유율의 절반을 넘겼다. 텐센트, 샨다 등 대규모 중국 자본에 싼값을 무기로 한 중국 게임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하자 충격은 `핵폭탄`급으로 번졌다. 양사 연합은 국내 게임사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자 위기감을 현실화한 것이었다. “엔씨소프트마저”라는 탄식과 함께 “잔치는 끝났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블레이드&소울이 주말 PC방을 점령하면서 우려가 잦아드는 양상이다. 디아블로3가 서비스 장애로 흔들리는 사이 블레이드&소울이 한국 게임의 자존심을 세웠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지만, 냉정한 시장도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에 손을 들어줬다. 무엇보다 창업주의 지분 매각이나 구조조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에 집중한 엔씨소프트 임직원의 공이 크다.
블레이드&소울 흥행은 반갑지만 여전히 김택진 대표 지분 매각을 둘러싼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증권가는 김 대표의 지분 매각 배경을 엔씨소프트 주가 변동의 불안 요소라고 지적한다. 시가보다 낮은 지분 거래 배경을 둘러싸고 소문은 갈수록 확대, 재생산한다. 김택진 대표가 가진 상징성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를 존경하는 사람이 업계에 많기 때문에 그의 선택에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면서도 “중요한 게임 출시를 앞두고 왜 그런 선택을 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지분 매각으로 김 대표는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그가 또 다른 창업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엔씨소프트 사업 일부는 축소되고 임직원 일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대표이사로서 주주에게도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게임사, 야구단 창단, 게임 개발에서 사회공헌까지 이제껏 남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여전히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리더다. 다시 한 번 남다른 꿈을 공유해도 될 시점이다.
김명희 콘텐츠산업부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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