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1회 ICT 인다바(INDABA 2012`에 참석하기 위해 3일부터 이 나라를 방문한 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행사 참석에 앞서 폴레로 라자루스 텔콤 회장부터 만났다.
KT의 텔콤 지분투자가 남아공 정부 내각의 반대 기류에 부딪혔다는 보도를 출국 직전 접했기 때문이다. 라자루스 회장은 “내각이 반대하는 이유는 여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흘 뒤인 6일, 김 위원은 디나 풀레 남아공 통신부 장관을 접견했다. 두 사람 다 행사로 바쁜 일정 가운데 어렵사리 30분 정도 시간을 맞췄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은 “KT의 지분 인수는 남아공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여론의 반대 때문에 무산된다면 남아공의 국제적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00년 공업화 역사를 가진 일본이나 차원이 다른 경제규모의 중국은 남아공이 벤치마킹할 대상이 못 된다”며 “밑바닥에서 시작해 빠른 시간에 선진 ICT 인프라를 구축한 한국만큼 좋은 벤치마킹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풀레 장관 역시 시원스런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통신부에선 잘 되길 바라지만 정부 내의 반대기류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풀레 장관 역시 내각의 인수 반대 의견에 동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은 “아직 완전히 무산된 단계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남아공 현지에 가보니 KT의 텔콤 지분 인수에 대한 강한 반대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의 4000억원 규모 텔콤 투자 프로젝트가 현지 `포퓰리즘`의 벽에 가로막혔다. 반대를 무릅쓰고 민영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KT가 본격적인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하다 현지의 똑같은 반대에 부딪힌 셈이다. 남아공 통신노조(CWU)와 상급단체인 남아공노총(COSATU)은 `일자리 상실` 우려로 KT 지분투자를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전을 몰아가기 위해 `통신비가 올라갈 것` `국가 기간 인프라가 다른 나라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고배당을 위해 비싼 통신비를 유지하고 R&D를 축소했다”는 KT 민영화 반대 진영 논리와 상당히 비슷하다.
남아공 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요인이 오는 12월 예정된 집권 여당인 ANC의 차기 의장 선거다. 현 의장이자 대통령인 제이콥 주마의 최대 지지기반이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CWU는 지난 18일 자국 정부가 KT의 텔콤 인수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텔콤도 결국 자국 정부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며 “정부와 함께 다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아직 텔콤 측에 정식 통보를 받은 것이 아니며,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KT는 텔콤에 파견할 100여명의 인력 구성까지 마쳤지만 아직 국내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KT, 텔콤 지분 인수 추진 일지
*텔콤 현황
황태호기자 thhhwang@etnews.com
황태호기자 th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