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경영할 때 매출 기여가 확실한 고객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고객사가 안정적인 대기업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안정적인 대기업이라 해도 대금을 3∼9개월짜리 어음으로 끊어주면 난감하다. 갈수록 어음을 현금화하기 어렵지만 일부 대기업은 유동성 문제 때문에 협력사에 어음 기간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럴 때 중소기업 사장의 고민은 깊어가게 마련이다.
동반성장이 강조되면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협력사에 대금결제 방식을 어음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최근에는 대기업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 대금을 결제할 때도 기간이 긴 어음결제는 없애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슬그머니 어음결제를 늘리는가 하면 어음 기간을 늘리는 대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엔 동서발전·남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사이에 공사나 자재 납품 대금을 현금결제하는 대금 직불제를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동안 1차 협력사에 적용하던 대금 직불제를 2·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어음결제에 따른 애로가 사라지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한국전력을 비롯해 발전 공기업은 협력업체 지원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대금 직불제를 확대 도입하기로 한 것은 동반성장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금 직불제가 외부에 보이기 위한 동반성장이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일회성 성과주의나 경영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꼼수라면 더더욱 안 된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정부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것이라면 안 하는 편이 낫다.
발전 공기업에 능력과 진정성이 있을 때 대금 직불제는 비로소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