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과 T모바일이 4세대 LTE 일부 주파수 대역을 공유, 교환하기로 했다. 이 제휴로 주파수 독과점 비판을 받아 온 버라이즌은 규제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T모바일은 LTE 네트워크 구축을 더욱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양사 모두에 이득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미국 4대 이동통신업체 중 하나인 T모바일이 뒤늦게 롱텀에벌루션(LTE) 네트워크사업자 허가를 받고 버라이즌과 4G LTE 주파수대역인 ` 어드밴스트 와이어리스 서비스`(AWS) 주파수를 공유, 교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필라델피아, 워싱턴DC 등에서는 버라이즌이 T모바일에 주파수를 내어주고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에선 T모바일이 주파수를 일부 주기로 합의했다.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 15개 주요 대도시에서는 AWS 주파수를 겹치지 않도록 교환한다.
연초 버라이즌은 케이블TV 업체의 유휴 주파수인 AWS를 390억달러에 매입하면서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T모바일 역시 극구 반대했지만 이 협력을 계기로 태도를 180도 바꿨다. T모바일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더 이상 버라이즌이 유휴 주파수를 사들이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공공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라이즌은 AWS 인수에 대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뒀다.
T모바일의 LTE 네트워크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T모바일은 지난 AT&T와 합병을 추진하다 독과점 우려에 정부로부터 거부당했다. 이에 독자적인 4G LTE 망을 구축하기 위해 10억달러라는 예산을 책정했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버라이즌과 제휴로 주파수 커버리지가 2200만명에서 6000만명으로 세 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버라이즌 역시 T모바일이 기존에 보유한 AWS 주파수를 확보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댄 미드 버라이즌 CEO는 “AWS 주파수는 우리의 시장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LTE 품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랫 펠드만 도이치방크 애널리스트는 “향후 통신사 간 주파수 교환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규모가 큰 통신사업자의 경우 규제당국의 시선이 항상 쏠려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공유 방식으로 승인을 얻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