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계 숙원 중 하나가 해결됐다. 정부가 26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공공기관이 상용 SW를 도입한 후 무상으로 유지관리 기간을 갖는 관행을 원천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용 SW 유지관리 합리화 대책`을 발표했다. 통상 공공기관이 상용 SW를 구입하면 6개월에서 1년가량의 무상 유지관리 기간을 뒀다. 간혹 무상 유지관리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공공기관도 있어 SW 업계의 인력·재정 부담이 심했다. 힘 있는 구매자이자 갑인 공공기관이 요구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해야 하는 게 SW기업의 현실이다.
합리화 대책은 무상 유지관리 폐지와 함께 상용 SW 적정가격 리스트를 마련하고 제안요청서(RFP)에 상용 SW 유지관리 부문도 상세화하기로 했다. 합리화 대책은 지식경제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공정거래위원회·조달청 5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그만큼 SW 업계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문제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 대상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SW를 유상으로 관리 받으려면 적정한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 SW 관련 예산도 올해 수준이거나 낮아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제대로 된 유상 유지관리 서비스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SW 유지관리 비용을 합리화하는 대신 SW 분야에 할당할 다른 계정의 예산을 가져다 써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예산에서 유지관리 분야를 늘리고 다른 분야를 줄이는 것은 `꼼수`다. 기왕에 제도를 만들었으면 그에 합당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적인 시장 창출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이 가장 인색한 소비자 역할을 하면서 SW 시장을 왜곡한 바 없지 않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공공기관은 제 값을 치르고 SW을 구매해 건전한 시장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