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 생성 후 지구에 약 1000억종(種)의 생물이 탄생했다. 46억년 동안 다양한 생물이 탄생과 멸종을 반복했다. 그중 살아남은 생물은 1억종에 불과하다. 과거 다섯 차례 생물의 대멸종 위기가 있었다. 그 가운데 세 번은 운석 때문이다. 그때마다 70∼90%가 멸종했다. 46억년의 역사 속에서 99.9%가 사라졌다. 생존한 종은 0.1%에 불과하다. 기업이 처한 운명은 더 가혹하다. 수억 년은 고사하고 수십 년이면 결판이 난다. 비즈니스 승패는 30년이면 충분하다. 창업 이후 30년이 지나도 살아남는 기업은 0.02%밖에 안 된다. 99.98%가 중간에 사라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0년간 국내 100대 기업의 변천과정을 조사했다. 1980년대에는 건설, 섬유, 식품, 제약 회사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를 차지했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는 금융, 전자〃통신, 조선, 자동차 분야가 주를 이룬다. 2000년대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길러온 전자, 통신, 자동차 산업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 30년 동안 100대 기업에서 탈락한 회사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무려 73개 회사가 100대 기업 순위에서 밀려났다. 미국 100대 기업의 자리다툼은 더 심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미국 1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분석한 결과, 30년간 81개 기업이 바뀌었다.
시장 경쟁은 늘 치열하다.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가량이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후발주자에 자리를 내준다. 그들은 왜 실패했을까.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현실에 안주한 기업이 대부분 탈락했다. 과거 성공 경험의 달콤한 함정에 빠진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노키아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인 `Ba1`으로 강등했다. 수년 전만 해도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였던 회사가 끝없이 추락한다. 1990년대 세계 필름시장을 주름잡았던 코닥은 올해 파산신청을 냈다. 130년의 성공 역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일본 100년 기술기업의 자존심인 샤프는 대만 혼하이(鴻海)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는 수모를 당했다.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모토로라도 지난해 신흥 인터넷 강자 구글에 인수됐다.
정말 `영원한 승자`는 없는 것일까. 30년을 넘어 3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성공 키워드는 무엇일까. 2010년, 소프트뱅크 설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손정의 회장은 미래 300년 비전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딱 하나다. `정보혁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손 회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누군가가) 마음속에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 없어서는 안 될 회사를 만드는 것이 소프트뱅크가 세운 미래 300년 비전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적어도 30년 후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게 쓸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손 회장은 열아홉 살 때 `인생 50개년 계획`을 세웠다. 20대에 이름을 떨치겠다, 30대에 자금을 축적하겠다, 40대에 일대 승부를 걸겠다, 50대에 사업을 어느 정도 완성하겠다, 그리고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 그래서 만든 학교가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경영자에게 그가 요구하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정보혁명 통찰력, 둘째, 금융 지식과 능력, 셋째,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리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한 가지. 마지막으로, 손 회장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300년 비전 설명을 마쳤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