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는 아마존과 경쟁해야 한다?

입점 자영업자들의 깊은 한숨

아마존에서는 아마존과 경쟁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말 같지만 실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아마존이 자사 사이트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베스트셀러` 제품을 똑같이 매입해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비도덕적인 상황을 고발했다.

미국프로미식축구(NFL)의 마스코트를 베개로 만들어 지난해 7월부터 아마존에서 29.99달러에 판매하고 있는 콜랙티블 서플라이스는 하루에 1000개씩 제품을 파는 `파워셀러`였다. 연말 연휴 시즌에 판매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급감했다. 알고보니 아마존이 12달러에 공급하고 있었던 것. 제프 패터슨 CEO는 “우리도 가격을 낮추려고 했지만 아마존에서 밀어붙이는 바람에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여행용 태그 브랜드인 릭 스티브가 입점해 인기를 얻자 같은 제품을 사입해 팔기 시작했다. 게다가 검색 결과 상단에 가장 저렴한 가격 순으로 나타나는 `바이박스(Buybox)` 코너에 자사가 직판하는 제품만 올려놨다. 같은 가격이지만 릭 스티브는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판매자들은 이미 판매가 일어날 때마다 건당 6%, 모바일은 15%를 수수료 명목으로 아마존에 납부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 아마존 전자상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해 총 매출의 39%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아마존 한 달 순방문자수는 8500명이 넘는다. 이베이보다 45%, 시어스홀딩스보다는 7배나 많은 유입량이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다. 온라인쇼핑몰 탭컴의 토마스 프렌추 CEO는 “아마존은 양날의 검”이라며 “입점해도, 입점하지 않아도 문제”라고 평가했다.

아마존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피터 파리시 아마존 부회장은 “물론 잘 팔리는 제품은 판매자와 제휴해서 파는 경우는 있다”며 “수수료도 규정된 것 외에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모든 정책은 판매자의 성공적인 사업을 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