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통신 스파이 의심을 산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통신장비 수입금지 조치를 검토하자 한국 공공기관들도 잇따라 장비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일 화웨이코리아는 조만간 자사 통신장비 공개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장비업체가 보안 문제로 스스로 공개 검증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수입금지 조치 검토 이후 우리나라 주요 공공기관 역시 중국산 장비 도입 계획을 재검토하자 맞대응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화웨이코리아는 이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공인 시험기관을 통해 자사 장비를 공개 테스트할 계획이다. 데이터 보안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중점적으로 검증받는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문제삼은 백도어 설치와 정보 유출 가능성은 우리가 공급하는 장비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화웨이가 시스코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자 비즈니스에서 심한 견제를 받는다”고 해명했다.
화웨이는 최근 2~3년간 급성장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매출 기준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2인자를 인정하지 않던 시스코마저 존 체임버스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기술적인 격차는 3년”이라며 불편한 관계를 피력했다.
한국 공략도 거센 상황이다. 경찰, 기무사 등 정보를 다루는 정부기관들도 중국 제품을 도입하는 추세다. 장비 업체 한 임원은 “화웨이는 국내 업계가 생산하지 못하는 코어(기간) 장비를 미국, 유럽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강점”이라며 “중국 통신 장비 회사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우수 인재영입 등으로 경쟁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참에 국산 통신장비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장비 역시 백도어 설치 등의 보안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1990년대 초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에 수출된 자국 통신장비를 조정해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수 인제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핵심 통신 인프라를 외산으로 꾸미게 되면 정보 유출 등 안정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공공기관은 국내 업계가 코어급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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