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양두구육과 공생발전형 SW생태계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은 궁중 여자들을 남장시켜 놓고 즐기는 괴벽이 있었다고 한다. 급기야 궁궐 밖에도 남장 여인이 급증하자 금지시켰지만 쉽게 사라질 리가 없었다. 궁 안에서는 남장 여인을 즐기면서 밖에서 금지하는 것은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것(羊頭狗肉:양두구육)`과 같다는 충간에 따라 궁 안부터 금지하니 이내 밖에서도 남장 여인이 사라졌다고 한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생태계는 참여 주체들의 오랜 양두구육으로 복원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대기업의 욕심, 중견 또는 SW 기업의 무책임, 정부의 방관 등으로 SW 생태계가 위협받아 왔다. 그나마 정부가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노력하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개정된 SW산업진흥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은 공공 정보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법에는 제안요청서(RFP) 상세화,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 마련,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 SW인력 우대 정책도 포함됐다. 정부 스스로 예산절감이라는 이유로 IT서비스, SW, 유지보수, 설계변경 제값 주기에 미온적이었던 잘못된 관행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바라는 공생발전형 SW 생태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대책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 중견 또는 SW기업, 정부 등 참여주체에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주어진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대기업은 외형경쟁에서 벗어나 수익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공정 하도급을 금지하고 중견 또는 SW기업 역량 강화 지원 등 생태계 리더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중견 또는 SW기업도 판매한 SW를 제때 업그레이드하고 책임 있는 유지관리는 물론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기업으로서 지속 성장을 꾀해야 한다.

정부도 적정 예산을 배정해 덤핑수주를 자제하고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노력해야 한다. 운동 경기에서 선수가 파울을 밥 먹듯 한다면 룰을 어긴 선수도 문제지만 이를 적절히 제재하지 못한 심판도 문제인 것처럼 법·제도 제정도 중요하지만 제도 운용이 더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일방적인 대기업 규제보다는 중견 또는 SW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건전한 SW 생태계 구축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OECD 국가별 ICT 분야 부가가치 비교를 보면 우리나라는 제조에 치중하고 서비스는 매우 취약한 기형적인 구조를 보인다. IT서비스업과 전혀 다른 SW산업을 단일 `SW산업진흥법`으로 규제하는 구태도 벗어야 한다. 전자는 통합력이, 후자는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별개 업종으로 균형 육성해야 한다.

내년부터 대기업이 공공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공공부문은 대형 사업 발주를 최대한 미루거나 외자기업이 어부지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SW산업진흥법`상 예외조항은 대·중소 편 가르기 식보다는 공생발전 취지에 맞게 대기업 참여가 필요한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내수라는 튼튼한 기반이 없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다. IT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취업 및 고용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율이 높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고 무역수지 흑자의 견인차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공생발전형 SW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참여주체 모두 양두구육과 같은 우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