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에서 `깨졌다`는 표현은 관계가 어그러졌을 때 주로 쓴다. 서로의 믿음이 무너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등장해 화제에 올랐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오빠 믿지`는 역설적으로 `오빠를 못 믿는` 때에 깔게 된다. 위치추적까지 해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알고 싶을 정도라면 이미 신뢰가 깨진 관계다.
얼마 전 구글이 외근 직원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앱은 직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이동 중인지를 5초 간격으로 회사에 전송해준다. 심지어 어떤 업무를 하는지도 문자로 표시해준다. 영상통화 기능도 있어 회사가 의심스럽다면 있는 곳을 영상으로 비춰보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업무 시간에 급한 볼일로 외딴곳에 들르면 해명해야 할 판이다. 외근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직원이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영업사원들이 업무와 연관된 연락을 할 때는 서버에 등록된 고객 연락처를 이용하도록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몇 시에 누구에게 연락했는지 기록이 남는다. 근무시간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일을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업무 성과를 높일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실제로는 근태를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개목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구글이 이번에 내놓은 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적의 직원 감시 도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이 같은 불만을 의식해 근무시간 외에는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조절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심은 믿음이다. 이 앱을 도입하는 회사는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바탕에 깐다. 외근 직원들이 스스로 위치를 보고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회사와 직원 간 믿음은 이미 깨진 셈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기능을 가진 앱이 기다려진다.
서동규 국제부 차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