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이 각종 기계·전자장비를 개발할 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구조해석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메시프리(MeshFree)`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특히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에서 제품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4일 버추얼모션(대표 배대성)이 구조해석을 위해 필요한 메시(Mesh) 생성작업 없이 캐드(CAD) 데이터를 바로 이용해 구조해석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 `다풀(DAFUL)/메시프리`를 출시했다. 지난 2007년 자체 개발한 구조동역학 해석 툴인 다풀에 메시프리 기능을 새롭게 개발, 추가한 것이다.
`메시프리` 기술은 그동안 세계 유수의 구조역학 해석 SW개발 기업들이 상용화를 시도했으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해 왔던 분야다. 해석 SW 분야에서 말하는 이 `메시` 생성 작업이란 하나의 기계부품 내에서 어디에 힘이 많이 실리는지는 알아내기 위해 그 부품을 잘게 잘라 해석하는 과정을 말한다. 작업 부품일 때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자동차 전체에 대한 메시 생성작업을 한다고 하면 평균 3000만개 정도의 메시가 생성됨에 따라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에 속한다.
실제 현대자동차에서는 이 작업을 인도에 외주를 줘 수행하고 있다. 캐드 데이터를 인도에 넘겨주고 몇 주 뒤 메시 데이터를 받아 다시 해석하기 때문에 이 작업만으로도 수 주일이 걸린다. 만약 이 과정에서 설계가 잘못돼서 캐드 도면을 변경하게 되면 다시 메시 생성작업을 해야 한다.
버추얼모션이 개발한 `다울/메시프리` 제품은 이러한 메시 작업 없이 구조해석이 가능한 기술로 자동차 업계에 도입하게 되면 신차 개발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외주 업체에 주는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김영욱 버추얼모션 이사는 “이번 제품 출시로 연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구조역학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특히 앞으로 메시프리 기술은 구조동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등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버추얼모션 측은 이번 메시프리 기술을 탑재한 다풀 제품으로 2013년도 100억원, 2014년도에 4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제품 출시 소식만으로 기존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풀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포스코, LS산전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도요타 계열사인 덴소(DENSO), 히타치건설, 혼다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버추얼모션은 올해 `다풀/메시프리`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영업도 활발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4일 `2012 다풀 사용자 콘퍼런스`를 개최, 새로 출시된 `다풀/메시프리` 제품의 공개 시연회도 가졌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