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재판매가 합법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 유럽에서 나왔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재판매하는 것을 소프트웨어 제조사가 막을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오라클은 자신들이 저작권을 보유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독일 업체 유스드소프트가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ECJ에 제소한 바 있다.
ECJ는 판결문에서 “오라클이 한 번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면 이 제품에 대한 독점적 배포 권리는 소멸된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가 다운로드로 판매됐건 DVD나 CD롬을 통해 배포됐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유스드소프트 같은 업체는 재판매를 금지하는 라이선스 규정에 구속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저작권자는 재판매를 반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복제는 허용하지 않았다.
최종 판결은 독일 연방 법원이 내리게 되지만 통상 ECJ 판결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법률 전문가는 예상했다.
이 같은 판결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로펌 앨런&오브리의 지어트 글라스 지식재산권 전문 수석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일반 제품에 적용되는 재판매 원리를 디지털 환경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건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도 중고품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재판매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저작권 개념을 재해석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음악, 전자책, 영화 등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수백만달러 규모 소프트웨어 재판매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저작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라클 측 법률대리인 트루이켄 헤이든 변호사는 “ECJ가 유럽 시장에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