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룹사 최고정보책임자(CIO) 모임인 `CIO협의체`가 도마에 올랐다. 그룹 CIO협의체가 IT서비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공모(共謀)의 자리`로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CIO협의체는 그룹 통합IT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 10대 그룹 대부분이 운영한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한화 등이 활발하다. 삼성은 계열사 전체 CIO의 모임이 아닌 업종별 CIO 모임으로 세분화해 더욱 심도 있는 주제로 정보화사업을 논의한다.
CIO협의체를 설립한 것은 계열사 정보화 투자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계열사 간 공통된 IT 현안을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들어 이 협의체가 활발해진 것은 해외사업 및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열사들의 해외 동반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계열사 간 단일 정보화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그룹 CIO협의체가 `부정협의체`로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했다. GS그룹은 올 상반기 그룹 CIO협의체를 없앴다. GS그룹의 IT계열사인 GSITM에 일감 몰아주기를 위한 모임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GS그룹의 한 계열사 CIO는 “실제로 계열사를 밀어주기 위한 논의 내용은 전혀 없었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냐는 판단에서 모임이 해체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 계열사들이 SK C&C에 시장 가격 대비 높은 금액으로 발주를 몰아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나섰다. 이 같은 공정위의 움직임은 다른 대기업 계열사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CIO들의 태도다. 계열사 간 중복투자 방지 등 명확한 설립 목적이 있는데도 적극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CIO협의체 논의 내용을 공개하고 IT계열사를 회의에서 배제하는 등 개선의 노력없이 그냥 이 상황이 조용하게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CIO들이 강력하게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CIO협의체는 영원히 오명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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