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1994년 UPU 총회와 2014년 ITU 전권회의

1994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UPU 서울총회는 전 세계 사람에게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회의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한층 더 선진화된 발전을 이뤄냈다.

[ET단상]1994년 UPU 총회와 2014년 ITU 전권회의

2014년 정보통신 분야의 전반적인 정책 및 기술 이슈를 다루는 국제연합(UN)산하 전문기구인 ITU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1994년에 이어 20년 만에 정보통신 분야의 국제행사를 우리나라에서 주최하는 만큼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ITU와 UPU는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통신을 다루는 유엔산하 정부 간 특별전문기구로서 정보통신과 우정사업에서 정부 간 국제 협력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 우편통신 역사상 국제화의 큰 획을 그었던 UPU 서울총회를 회고해 보면서 이때에 쌓아진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2014년 ITU 부산전권회의를 위해 고려해봐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994년 UPU 서울총회가 역사상 영원히 기록될 만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건 국내외적 많은 지원 덕분이다. UPU 총회 개최가 결정된 직후부터 이전의 총회 국가였던 미국과 독일은 총회 개최 준비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줬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ICT 기술력을 더해 당시로서 가장 첨단의 총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또 전국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우수인력을 활용해 우편 분야의 업무 이해도가 있는 행사요원들을 국제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기회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UPU 서울총회는 그 당시 우리나라 국제회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는 한편, 남북한 우편물 교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참가국 대표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행사의 성공은 같은 해 일본 교토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에도 큰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지지로 ITU 이사국에 재선될 수 있는데 기여했다. 이를 통해 ITU와 UPU는 오래 전부터 정보통신 분야의 동반자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스위스 베른의 UPU 본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990년부터 2년여 간 파견근무할 기회가 주어졌다. UPU 서울총회 준비를 위해 한국정부와 UPU 본부 간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본인 이외에 총회 개최 이전까지 6명의 전문인력이 UPU 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총회 개최 준비를 위한 외교관의 역할도 수행했다. 이렇듯 정보통신 분야 정부대표 파견근무에서 많은 경험이 축적됐고, 노하우가 널리 알려지면서 유관 국제기구 및 국제회의 전문인력 양성 필요성 및 인식 확산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

그 후로부터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ITU 부산 전권회의 준비책임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 감회가 특별하다. 또 한편으로는 1994년과 2014년 사이의 20년이라는 긴 시간차를 어떤 모습으로 반영해야 할지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진다.

부산 ITU 전권회의 성공의 관건은 훨씬 앞선 미래 ICT 발전 모습을 제시하는 동시에 세계 수준의 우리 문화콘텐츠를 선보이고,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ICT 리더`와 `선진국`의 위치를 확고히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는 개도국 ICT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한국 친화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재정적,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 범부처 차원의 협조 및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철저한 회의 의제 분석과 더불어 민감한 이슈에 대한 회원국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다양한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회의 진행에 필요한 로지스틱도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부터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과 우리가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어 2014년 ITU 부산 전권회의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기회로 많은 고급 전문인력이 양성되어 국제사회에서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래사회는 인적자산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많이 확보한 국가일수록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최재유 방송통신위윈회 기획조정실장 choijaey@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