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 않은 일에 지나친 노력을 들이는 것, 혹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
고퀄은 `높을 고(高)`와 품질을 뜻하는 영어 단어 `퀄리티(quality)`의 합성어다. 유머 사이트 등에서 하찮은 유머 짤방을 올리기 위해 과도하게 정교한 합성기법을 사용하거나 말도 안 되는 개그 만화를 지나치게 훌륭한 솜씨로 그리는 것 등을 말한다. `쓸데없는 고퀄` `쓸데없이 고퀄리티` 등으로도 쓰인다.
최근 인터넷에선 윈도 PC 모양으로 만든 `쓸데없이 고퀄` 김밥 사진이 나돌았다. 소녀시대 제시카의 프로야구 시구 영상을 합성, 제시카가 던진 불타는 공을 포수가 받자 폭발하는 장면으로 바꾼 영상도 `쓸데없는 고퀄` 합성물로 인기를 모았다.
아이폰에 커다란 DSLR 카메라용 렌즈를 부착해 쓸 수 있게 하는 렌즈 마운트도 대표적인 `쓸데없는 고퀄` 제품이다.
`쓸데없는 고퀄`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인터넷 잉여의 힘, 즉 잉여력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잉여들의 노력과 정성은 SNS와 유튜브를 타고 세계로 퍼져 나간다. 예술은 이런 잉여에 의한 `쓸데없는 고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직장생활도 `쓸데없는 고퀄` 생산의 연속이다. 잘 모르는 분야의 프로젝트에 입찰하면 알맹이 있는 내용보다는 화려한 그래픽과 이미지로 승부를 걸게 되면서 `쓸데없는 고퀄` 제안서가 탄생한다. 곱게 접은 색종이 커버를 결재서류 한 귀퉁이에 꽂아 스테이플러 심을 가려주면 평범한 종이도 `쓸데없는 고퀄` 문서로 바뀐다.
신입직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제에 전력투구, 쓸데없이 고퀄 결과물을 내곤 한다. 직장생활의 요령은 투입하는 노력과 산출물 사이에서 퀄리티의 균형을 맞추는 것. 눈에 띄지 않는 일은 욕 안 먹을 정도로만 하고 중요한 과제에 집중, 상사의 기대치를 넘는 결과로 강한 인상을 줘야 한다.
*생활 속 한마디
A:[인터넷 이디엄]은 인터넷 유행어의 용례와 기원, 사회적 의미를 과학적 문체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칼럼입니다.
B:쓸데없이 고퀄인 칼럼이군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