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사용 피크를 피하기 위해 산업계에 여름휴가를 8월 3~4주에 분산해 사용하도록 권고했지만 산업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업계 사업장 일괄휴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달 말, 내달 초 집중된다. 정부의 절전 취지에 공감해도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거나 줄일 수 없는 제조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삼성전자 광주 가전사업장은 이달 28일부터 내달 초까지, TV사업부가 있는 수원 공장은 다음달 3일부터 7일 사이에 제조라인 일괄 휴가에 돌입한다. 갤럭시S3 신제품 출시로 바쁜 휴대폰 구미 사업장도 내달 13일부터 생산라인 가동 중단 없이 직원들 2교대 휴무에 돌입한다.
삼성 에어컨 사업장만 지경부 권고에 맞는 다음달 15일부터 19일까지 일괄 휴무에 돌입한다. 하지만 이 역시 전력 피크보다 여름철 제품 특성이 더 크게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에너지소비가 많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장치산업이다. 어차피 제조라인을 세울 수 없는 대상이다.
LG도 대부분 `7말 8초` 휴가제를 택했다. TV와 휴대폰이 위치한 평택, 구미는 모두 이달 30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일괄 휴가에 돌입한다. 창원 에어컨 사업장은 다음달 6일부터 9일까지 휴무다. LG그룹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인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도 생산라인을 중단할 수 없는 사업장이다.
광주에 가전 공장을 둔 대우일렉 역시 내달 3일부터 7일까지 사업장 휴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자업계만 놓고 볼 때 지경부의 전력사용 분산 권고를 따르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모두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일괄 휴가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전 제조업체 관계자는 “직원은 물론이고 이들 가족까지 영향을 받고, 국내외 주요 마케팅·출고 계획이 이미 잡혀 있어 휴가 일정을 대폭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실내 적정온도 준수, 자체 발전기 가동, 쿨 비즈 복장 적용 등에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하계전력수급대책`을 통해 내달 3, 4주차에 예비전력이 150만㎾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에 사업장 일괄 휴가제를 적용하도록 기업을 독려했다. 휴가 분산은 내달 초 집중된 휴가를 중순 이후로 분산하면서 예비전력이 부족한 8월 전력수급 안정을 꾀하자는 취지다. 불참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참여 기업에는 전력요금 인하 등 일부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철강과 주물, 시멘트 등 일부 업계가 이미 분산휴가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앞으로 2주간 집중적인 기업체 독려에 나설 계획”이라며 “가정과 사무공간, 매장은 물론이고 전력사용 비중이 큰 대형 사업장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