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닥치고 공격적 영업) 대신 내실 다지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대거 바뀌었지만 임기 초 발표하는 공격적인 목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금융시장 환경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증권사들이 비상경영에 나서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표가 바뀐 증권사는 KDB대우, 현대,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 대신, 동양, NH농협, 솔로몬투자, LIG투자증권 등 10여개에 이른다. 이처럼 대거 CEO가 바뀐 사례도 드물지만 하나 같이 비상경영을 외치는 것도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신임 CEO가 들어서면 강조했던 해외시장 공략과 투자은행(IB) 영업 강화 등의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례로 지난해 말 취임 한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전국 지점장과 본사 영업담당 임원, 팀장 150명에게 20만원 상당 구두 상품권을 선물했다. 취지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불만이 있는 고객은 지점장이 직접 만나 구두가 닳도록 뛰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현재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홍콩 해외사업을 대거 축소하면서 오히려 국내 경영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비상경영은 이제 대형·중·후발을 가릴 것 없이 전 증권사 공통 코드가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마다 접대비 지출 축소는 물론이고 종이, 전기 등 비용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는 연초부터 효율경영이 증권사 내에 이미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떠들썩한 취임식이 사라지고 사내방송과 인트라넷 방송을 통한 조촐한 취임 일정이 유행처럼 번졌다. 김신 현대증권 사장과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은 취임 1개월이 넘어섰지만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발표를 삼가고 있다. 대내적으로 조직개편이나 경영방침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신중하게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과 이승국 동양증권 사장 역시 사내방송을 통해 취임 소감을 밝힌 것이 고작이다.
최근 증권업계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규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CEO는 최근 간담회에서 “증권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금융당국은 여전히 ELW 등 규제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등 현안처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
이경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