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온라인저작권침해방지법(SOPA)인 `위조품 거래방지에 관한 협정(ACTA)`이 결국 부결됐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부결은 인정하지만 협정은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5일 EU의회는 반대 478, 찬성 39, 기권 169의 압도적 표 차이로 EU집행위원회가 제출한 ACTA 비준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마틴 슐츠 EU의회 의장은 부결 직후 “소비자의 프라이버시와 시민의 자유권에 심각한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이라며 “혁신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ACTA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국제 협정이다. 유엔이나 세계무역기구(WTO)와 별개로 국제 협정을 체결해 위조품의 제조 및 판매, 인터넷상의 불법 파일 공유 등을 막기 위해 만든 법안이다. 지지자들은 ACTA가 세계무역기구 지식재산권 협정에 이미 명시돼 있는 각종 민·형사 규정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협력 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EU 27개 회원국 중 22개국을 포함해 한국,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 ACTA에 공식 서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인터넷 이용자는 이 법안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제한한다며 반발했다. 지난 2월 독일에서는 4만여명이 ACTA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 벨기에 브뤼셀 등 10여개 도시에서도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ACTA가 부결됐지만 EU집행위원회는 유럽사법재판소를 통해서라도 계속 법을 진행시킬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EU집행위는 재판소에 ACTA의 적법성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부의 `객관적인 판단`을 근거로 삼아 각국 정부와 다시 논의를 하겠다는 의지다. 카렐 드 구흐트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우리와 여론이 다르다고 해서 법안을 다시 손볼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며 “유럽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