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판교지역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한다고 한다. 서울 남부와 경기권을 묶은 광역 클러스터를 조성해 시스템반도체를 메모리 반도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부는 그 신호탄으로 11일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판교 반도체 클러스터 비전 선포식`을 개최한다. 지난 2009년 `시스템반도체 및 장비산업 육성전략` 발표 이후 치르는 공식행사다.
판교지역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시스템반도체진흥센터와 전자부품연구원 시스템반도체연구본부 등이 이전을 완료했다. 판교를 포함해 인근 분당에 자리 잡은 팹리스(시스템반도체 기업)도 60여곳에 이른다. 내년 4월에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판교로 이전하고 2~3년 안에 팹리스도 90여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외형상으로는 틀림없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다. 하지만 기업과 지원기관만 입주해서는 진정한 클러스터라 할 수 없다. 산업계와 학계·연구계·정부(지방·중앙)의 끈끈한 교류가 전제돼야 한다. 기업이 지원기관의 연구 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주변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 인턴을 채용하고 겸임교수 제도도 활용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최대 과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협력사와 함께 인력채용 시장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처럼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획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반도체 기업과 함께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장비재료 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도 절실하다. 대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대형·전문화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클러스터에 참여해 시스템반도체나 장비재료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