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학박사)
과학기술부와 정통부의 부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의 강화, 미래부 신설, 중소기업부 신설 등 차기정부에서의 행정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 실천을 위해 정부조직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부총리부처인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합은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과기부를 흡수통합한 모습이 되자 과학기술계는 콘트롤타워 상실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를 반영해 자문위원회 성격의 국과위를 2011년 초 행정위원회로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체제에 대한 불만은 그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체제가 격변을 거듭해 연구의 중장기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통합과 분산이 반복됐고 과학기술부도 부총리제에서 교육과 과학이 통합된 모습으로 변화했다. 또 국과위로 강화하는 등 잦은 변화에 불안정한 체제의 모습이다.
과학기술계는 지금 다시 스스로 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먼저 그 변화의 방향을 잡아보려는 노력이다. 또 정치적 결정보다 연구발전 효율과 자율성확대 등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는 노력으로도 이해된다.
과연 행정체제를 바꾸면 뭔가 크게 좋아질까? 아직 과학기술계의 자신 있는 대답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체제는 변했고 그것이 문제 있다며 다시 바꾸자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 대목에서 과학기술계 스스로 던질 근본적 질문들이 있다. 우선 과연 체제가 문제인지 체제 속의 사람과 원칙이 문제인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체제를 그냥 두더라도 운영을 효율적으로 했다면 어떨까. 또 과학기술계가 말하는 관료적 강압적 연구관리 문제가 체제변화로 가능한지. 출연연 체제변화로 융합연구 활성화와 연구효율을 높이고 연구자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지 등도 생각해 볼 사안이다.
체제가 효율적이면 구성원이 바뀌지 않아도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억지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나 과학기술계는 체제 변화에 앞서 스스로 무엇을 변화시켜야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연구의 중장기적 안정성 확보와 예산과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대비해 스스로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자성에서 체제의 변화와 발전을 논하는 게 순서다. 침묵하다가 대선이 가까우니 모든 것을 바꾸어 보자는 정치논리는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대상의 변화, 혁신, 새로운 비전, 효율화, 연구자율성과 창의적 연구환경, 예산의 독립성 등, 그동안 정권 교체기마다 제시하는 문제점과 목적은 유사했다. 과학기술계도 정부나 정치권의 결정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하고 공론화된 대안의 제시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전체 과학기술계가 함께 공감하고 함께 실천해갈 공감대안 마련을 서둘러 이것이 차기정부 행정체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인 스스로 정부의 관리정책, 입법부를 통한 정책의 입법화 등에 충분한 관심과 참여를 실천해야 한다.
정부 행정체제 변화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영역을 고려해 판단된다. 과학기술계도 여타 분야와의 융합적 논의와 교류실천에 힘쓸 필요가 있다.
차기정부의 행정체제는 과학적 창의성이 충분히 적용돼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국가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그릇을 만들기 전에 그 그릇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를 진솔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