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국내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시장을 선도하다 고객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사실상 잊혀지다시피 했던 시벨시스템즈의 CRM 솔루션이 최근 국내에서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불편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고객 서비스 문제 등으로 실패 솔루션으로 인식됐던 시벨 CRM이 과거 오명을 벗고 오라클의 힘을 빌어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스오일, KT 등이 오라클 시벨 CRM을 적용한 시스템 운영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이 솔루션을 기반으로 올해 글로벌 확산에 나섰다. 이외에도 굵직한 대기업 고객을 확보하며 국내 CRM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오라클 내에서도 지난 회계연도에 신규 고객이 가장 많이 늘어난 애플리케이션 사업 영역이 바로 CRM 부문이다.
오라클에 인수되기 전 시벨 CRM은 국내에서 전사자원관리(EPR)의 뒤를 잇는 기업용 핵심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오르면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솔루션이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이 시스템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에 LG카드를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최대 시장이었던 금융권 고객들이 시벨 CRM을 걷어내고 자체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라클에 인수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고객들의 주된 불만은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사용자 편의성이 좋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또 회사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도 복잡했고 지속적인 고객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시벨 CRM 솔루션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국내 기업 시장에서 최근 시벨 CRM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데는 오라클에 인수된 이후 많은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변종환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 총괄 전무는 “시벨이 오라클에 인수된 이후 고객의 요구사항과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많은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으며 특히 기본 탑재된 개발 프레임워크로 필요한 부분은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제품 유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6~7년 전에는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던 해외영업 기회 기능 등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많이 유용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한국오라클은 국내 기업들을 위해 현지화된 UI를 사전 지원하는 등 고객 서비스도 많이 개선했다. 또 IT 부서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용하게 될 마케팅 부서에도 영업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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