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길 위 전선 도로점용 청구는 이중규제다

지난달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한 `도로법 시행령 일부개정 법률안`에 통신업계와 케이블TV 업계 반발이 거세다. 도로 위 전선에도 점용료를 받겠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가 관리기관인 지방자치단체에 추가로 내야하는 금액은 연간 1000억원을 넘는다. 통신사들이 주요 도로 위에 설치한 전선길이는 70만㎞에 이른다. 이면도로 등 파악되지 않은 전선과 케이블TV 사업자가 설치한 전선까지 합하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통신사나 케이블TV 사업자 부담은 비용 증가와 요금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도로 위 전선에 점용료를 청구하는 것은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연결된다.

통신사와 케이블TV 업체는 허가를 받아 전주를 설치하고 점용료를 내고 있는데 전선이 도로를 점유한다는 추가로 점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규제이며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전주 자체가 공중선 설치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전주에 전선도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대법원도 서울시와 한국전력 간 공중선 관련 소송에서도 `전주 사이에 설치된 전선의 도로점용이 불법 점용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주 외에 전선에도 도로점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이중규제임을 증명했다. 국내법에는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두 번 이상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있다. 같은 사안으로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은 분명한 이중규제다.

국토부는 오는 23일까지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고 한다. 의견을 접수한 다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국토부 몫이다. 국토부는 여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상식선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