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한발 더 멀찍이 달아난 애플

[블로고스피어]한발 더 멀찍이 달아난 애플

지난 6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2에서 공개된 맥북프로 레티나. 이 제품은 노트북 최초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애플은 그동안 맥북프로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켜왔지만 5년 만인 이번에는 디자인까지 바꿨다. 노트북을 좀 아는 사람들은 인텔 코어 i7, GT650M(GDDR5 1GB)의 높은 사양을 15인치 크기와 두께 1.8㎝, 무게 2.02㎏에 담아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맥북에어(두께 1.7㎝)가 1.08㎏(11인치)/1.35㎏(13인치)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하다. 맥북프로는 여러 측면에서 맥북에어와 비슷해졌다.

애플은 2010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탑재한 맥북에어를 발표하며 `아이패드에서 배운 기술을 노트북에 적용했다`고 했다. 아이패드에서 얻은 기술을 맥북에어에 적용한 후, 맥북프로 레티나에서 기술을 완성한 셈이다. 맥북프로 레티나의 가장 큰 장점은 뉴아이패드처럼 전대미문의 2880×1800 해상도다. 선명도가 뛰어나 가까이에서 봐도 눈으로 픽셀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맥북에어가 SSD를 달고 등장했을 때 노트북 제조사들은 긴장했다. 2년 전 나온 구형 프로세서를 사용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성능은 최신형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읽어야 하는 작업에서 맥북에어는 당시 맥북프로보다 빨랐다. `팀킬`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가격도 `애플 노트북=비싸다`는 선입견이 안 통했다.

이후 다른 제조사들이 맥북에어에서 꽤 많이 배운 것 같다. 이들은 울트라신이란 마케팅적 제품군을 버리고 인텔과 함께 울트라북을 만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울트라북은 맥북에어에서 사용한 기술을 변용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대신 SSD, 교체 안 되는 고정식 배터리, 키보드 조명, 알루미늄이나 두랄루민 재질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짧은 부팅시간과 함께 절전모드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마케팅 콘텐츠 최상단에 올렸다. 맥북에어는 배터리 교환이 안 돼 불편하다는 내용의 마케팅을 하던 제조사도 배터리 교체를 못하게 했다.

그렇다면 경쟁사들은 이번 맥북프로 레티나에는 어떨까. 긴장하고 있을까. 맥북프로 레티나의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디스플레이 가격 때문이지만 289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지름신 강림을 막아준다. 1080픽셀의 풀HD 영상을 띄워 놓고 편집해야 하는 전문가라면 분명 혹할 스펙이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않다. 가격과 스펙 모두 전문가급으로 넘어가 버린 것은 다른 제조사에 다행인 셈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많은 사람들이 맥에서 윈도 운용체계(OS)를 띄울 수 있음을 알고 있고, 이제 마케팅은 콘텐츠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 스스로 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고진우 블로그 `뽐뿌인사이드(bikblog.egloos.com)` 운영 maryj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