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데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 앞서 네트워크에 과감하게 투자해 초고속 강국을 이루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지금 ICT 주도권의 열쇠도 네트워크에서 찾아야 합니다. 전자신문은 지능통신기업협회 도움을 받아 미래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위한 코너를 새로 시작합니다. `미래 네트워크, 미래 인터넷`이라는 전문가 기고에는 최준균 카이스트 교수, 김봉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장, 이재일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 최용호 유비쿼스 부사장, 김준혁 지능통신기업협회 사무국장 등이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다양한 소셜 서비스 붐으로 트래픽 폭주가 우려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신규 매체 또는 서비스로 인해 트래픽 발생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폭주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역폭 증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계속 대역폭만을 늘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높은 대역폭을 제공해도 가격 인상이 힘든 현실과 경쟁이 치열한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통신사업자는 인프라 투자를 줄이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네트워크산업계도 기존 기술에 묶이지 않고 미래 서비스 요구를 고려해 네트워킹 인프라, 응용서비스 인프라 관련 핵심 요소기술을 고민해야 한다.
산업계 핵심 기술은 대부분 초기 연구일 때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특허도 초기에 정해지며 이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독점 기술은 존재하지 않지만 시대 흐름을 지배하는 기술은 분명히 존재한다. 산업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조업체의 공동연구가 중요하다. 연구 자체는 무의미하다. 연구 결과가 상용화된 제품으로 개발되어야 빛이 더한다.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 국내 네트워크산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핵심 기술과 장비 대부분을 외산이 차지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미래인터넷 R&D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네트워크산업계를 차세대 주인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 노력이 엿보인다. 신성장동력 확보, 혁신 주도형 신산업 강국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래인터넷 기술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신산업 창출, 서비스산업의 동반 발전, 연구개발 시스템 혁신 등 정책 과제의 연결고리로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미래를 위한 투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인터넷 기술은 아직 기술 개발과 정확한 아키텍처가 정립되지 않았고 상용화 시점이 2015~2020년 전후로 예측된다.
인터넷은 1970년대 처음 제안됐다. 인터넷 표준화기구인 IETF가 1986년 처음 작업을 시작해 10년이 지나 웹 개발과 함께 인터넷 상용화가 이뤄졌다. 새로 시작되는 미래인터넷 기술을 주도하려면 지금부터 표준화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 제82차 IETF 회의에는 미래인터넷과 관련한 다양한 패널과 관련 세션이 열려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미래인터넷 실현 네트워크 개념으로 스마트 네트워크 기획과 기술 개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스마트 네트워크는 ALTO, CDNi, SDN, ICN과 같은 요소기술과 프로토콜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는 이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표준화 활동이 필요하며 국내 환경에 맞는 아이디어와 구조를 추가해 어떻게 망과 콘텐츠사업자 환경에 맞게 최적화된 형태의 통합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지가 관건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세계 경기 불황으로 IT산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시장 환경은 돈이 된다는 곳에는 관계 유무와 별개로 누구나 달려드는 실정이다. 그만큼 시장규모가 작아지는 형세다. `Thin Air`로 묘사되는 시장 환경에서 산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내성을 길러야 한다. 내성을 키우고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식견으로 R&D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Evolution과 Revolution 갈림길에서 고민하지 말고 명확한 확신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김준혁 지능통신기업협회 사무국장 kimjh@ni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