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정책법률연구소장 record@spc.or.kr
IDC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율은 40%였다. 세계평균 42%보다 낮지만 OECD 평균이 20%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아직은 정부주도의 단속 등 법적인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법에 의존해 저작권 침해 기업을 처벌할 수는 없다. 이제 시장에서 기업 스스로가 SW 저작권을 보호하는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할 시기이다.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이란 기업이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준법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달 정부는 `공공기관의 SW 사용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 훈령을 발표했다. 이는 한미FTA 협정 이행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훈령으로 발표된 `정품 SW 및 그 밖의 대상물 관리에 관한 규정`을 격상시킨 것이다. 적용 대상은 정부조직법에 따른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됐고 정보담당부서장을 SW 기관관리책임자로 지정하도록 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SW 자산관리에 대한 자율준수 프로그램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무문에서 앞장설 준비가 됐다면 다음은 민간부문에서 뒤따를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되 국제표준화기구의 SW 자산관리 국제표준(ISO/IEC 19770-1)을 KS 표준으로 받아들여 민간기업 적용을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이 같은 지침을 지키는 기업에 SW 저작권 침해 형사책임을 감면해 주는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미국은 연방양형지침으로 법인이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운영하는 경우 최대 95%까지 형사책임을 감면하도록 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의해 기업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로 스스로 IT에 대한 통제나 SW 감사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다른 대안으로는 지난 4월 시행된 상법상 준법통제 기준 및 준법지원인 제도에서 준법지원인이 SW 감사인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SW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체가 법적 혹은 경제적 위험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결국 무형자산인 SW를 관리해야만 기업경영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게다가 SW 자산관리는 법·경영·전산 등이 융합된 영역이므로 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담당자의 역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SW자산관리사 등의 전문 자격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입법 예고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저작권 전문사` 도입이 신설됐다. 이 제도에 SW라는 무형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SW자산관리사를 연계하는 것도 민간 스스로 SW 자산관리를 도입하도록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시장은 판매자 못지않게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SW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위한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소비자인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이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은 SW 자산관리 도입과 담당자 지정을 시작으로 스스로 `스마트 컨슈머`가 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균형 잡힌 SW 산업 육성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