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는 국내 원격교육의 뿌리나 마찬가지다. 1972년 방송대학으로 출발해 온라인으로, 다시 모바일로 40년 동안 원격교육 한 우물을 고집한 국립대학이다. 지금은 사이버대학이 등장해 원격교육이 일반화했지만 1970년대 초반부터 온오프라인 교육의 전형을 만들었다. 올해 기준으로 한 학기 등록금이 30만여원에 불과해 가난한 이들에게도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다. 교육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일등공신인 셈이다.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학 총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00265_20120712154045_243_0001.jpg)
방송대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250만명이 입학해 졸업생 53만명을 배출했다. 국민 20명 중 1명이 방송대 출신인 셈이다. 그러나 졸업률은 20% 수준으로 엄격한 학사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학 총장은 “1972년 설립한 첫 국립 원격대학으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골고루 나누는 `교육복지`의 씨앗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40년을 맞은 방송대는 또 다른 40년을 준비 중이다. 16만명의 재학생과 함께 재외동포·다문화가정·새터민까지 아우르는 글로벌대학으로 재도약을 꿈꾼다. `지식 재충전` `선취업 후진학`, 4050세대를 위한 `뉴스타트 대학` 등 새로운 이미지로 방송대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래교육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맨 조남철 총장을 만나봤다.
-강사로 시작해 총장까지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26년간 방송대를 지켜봤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콘텐츠의 변화다. 수업 방법과 교육 콘텐츠가 우리나라 원격시스템의 진화에 맞춰 성장했다. 방송대 초창기에는 우편으로 첨삭지도를 했다. 라디오·카세트·TV 등으로 콘텐츠를 전달했다. 지금은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교육을 실시한다. 논문·과제접수·수업지도 등 모든 것이 온라인화됐다. 독자적인 위성TV 채널도 보유했다. 올해 모바일캠퍼스를 구축했다. 강의듣기·학사관리·시험 등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U-KNOU+`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모바일러닝 `U-KNU+`가 학생들 사이에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3만5000명이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종합대학 3~4곳의 재학생 규모다. 방송대 재학생 중 70%가량이 직장인이다. 교육시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러닝은 학생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배려한 서비스다.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처럼 이동 중에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통신사와 관계없이 모든 스마트폰에서 이용해 활용도가 높다. 9월 우리나라에서 이러닝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협의체회의가 있다. 그때 방송대 모바일러닝을 소개할 계획이다. 지금 모바일교육 중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방송대 교육콘텐츠는 어떤 특징이 있나.
▲150여명 교수가 100% 자체 교육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서울 동숭동에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다. 녹음실, 웹 강의제작 장비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사이버대학과 비교할 수 없다. 케이블방송국에서 스튜디오를 빌려 촬영한다. 콘텐츠 공유도 활발하다. 전북대·창원대에서 학점교류제를 실시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시스템이 장점이다. 13개 지역대학과 32개 학습관을 이용해 전국을 동시에 아우르는 인프라를 갖췄다.
-방송대 졸업생이 올해까지 53만명이다. 방송대를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방송대 설립 목적은 과거 대학을 다니지 못한 사람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대학이 많지 않은 시절 교육의 접근성도 높일 필요가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방송대를 찾는 학생의 유형도 변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지식 재충전을 위해 방송대를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을 이미 졸업했지만 새로 전공을 공부해보고 싶은 학생들이 방송대를 찾는다. 2000년 이후 다른 대학 졸업 후 방송대로 편입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다.
-4월 세계 대학 총장 콜로퀴움에 국내 대학 총장 가운데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19개국 25개 대학이 왔다. 나라별로 원격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별로 필요한 부분이 각각 다르다. 라디오 교육이 필요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TV나 인터넷 교육이 필요한 나라가 있다. 방송대는 40년 원격교육 역사를 가지고 있어 모든 부분을 다 해봤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초청받았다. TV대학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다. 방송대의 1970~1980년대는 개도국에 적합한 모델이고 1990년대 교육은 신흥국에 적합하다. 규모나 질적 측면에서 보면 영국 오픈유니버시티 다음 수준이 방송대다. 해외 주요 대학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올해로 방송대 설립 40주년이다. 또 다른 40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방송대의 사회적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국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해외와 소외계층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뉴욕 간호사를 위해 간호학과를 열었다. 올해 LA지역에도 개설했고 내년에는 시카고 지역을 계획하고 있다. 재외동포를 위한 교육을 방송대가 주도할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TV 방송 중이다. 새터민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대학 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4050세대를 위한 `뉴스타트`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사회적 제도가 부족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했다. 올해 정부에서 30억원을 지원받아 4050세대가 새로운 배움을 원할 때 지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어려운 점은 없나.
▲해외에서는 방송대에 관심이 많다.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착 국내에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방송대가 이룬 것에 비해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아쉽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방송대의 장점을 알려 국민이 재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방송대는 선취업 후진학 정책에 알맞은 대학이다. 앞으로는 고졸 시대가 열릴 것이다. 고졸 직장인에게 대학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방송대가 가장 적합한 대학 형태다. 예전에는 야간대학이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이 방송대로 넘어왔다. 사회 환경과 교육 환경에 맞춰 방송대는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강병준 기자, 권동준 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