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교통체계(ITS) 산업이 예전같지 않다. 지난 2009년만 해도 정부가 17개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아니다. 존재감이 미약하다. 무엇보다 업체들이 죽을 쑨다. 최근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잇달아 조직을 축소했다. 전문 업체 수도 줄었다. 업체마다 “돈을 못 번다”고 아우성이다. 모 교수는 “ITS 업체들이 100% 적자“라면서 “사업을 수주하면 할수록 적자인데 누가 사업하고 싶은 마음이 나겠느냐”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ITS 업계에 크게 회자된 이야기가 있다. 모 대형 SI 업체 상무가 1년간 국내 ITS사업을 최다로 수주했다. 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ITS 업체들이 경영난에 신음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탓이 크다. 이른바 `저가 후려치기`가 여기서도 난무한다. 현실을 무시한 설계단가 요구가 다반사다. 여기에 발주 계획에 없는 옵션(특별제안) 요구가 필수로 따른다. 돈은 100원 주면서 120원의 일을 요구하는 격이다.
정부 ITS 예산도 최근 몇 년간 감소세다. 2009년 1578억원에서 2010년 832억원, 2011년 748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5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신성장동력 운운이 무색하다. 이런 상황에선 세계를 선도하는 ITS 국가가 되겠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하기 힘들다.
업계 경영난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기본단가에 해당하는 `표준품셈`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모두 오래전부터 표준품셈을 가졌다.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업체들이 표준품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국토해양부는 지금도 표준품셈을 내놓지 않는다.
해외시장 진출도 악재를 만났다. ITS를 수출하려면 국내 레퍼런스가 필수인데 내년부터 대형 SI 업체들의 공공시장 진출이 금지된다. 해외 ITS 시장은 매년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스트래티직비즈니스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30억달러였던 세계 ITS시장 규모는 내년에 150억달러를 돌파하고 2015년에 185억달러로 커진다. 연간 성장세가 10%에 이른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해외에 나가 펄펄 날아야 할 기업들이 이런 큰 시장을 눈앞에 두고 손발이 묶였으니 난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세대 ITS 준비도 부족하다. 유럽 등 ITS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차세대 ITS인 `C(Cooperative)-ITS`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국제표준 제정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서 소외됐다. 기술 개발과 국제표준 경쟁에서 도태되면 해외시장 진출 자체가 힘들다. 이러다 우리가 ITS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업계 한숨만 깊어간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