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나오는 말이다. 음미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음미는 남이 쉽게 볼 수 없는 음지에 담긴 의미를 반추해보는 과정이다. 사람도 그 사람의 양지보다는 음지를 음미해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폭증하는 단편적 정보가 왜 어떤 시점에서 무슨 문제의식으로 탄생했는지 곰곰이 음미해보지 않으면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가기 십상이다.
당장 알고 싶은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고 금방 그런 정보가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몹시 배가 고플 때 패스트푸드를 먹어 허기를 채우는 것처럼 정보 검색과 수집을 통해 갈급한 정보 욕구와 지적 허기를 순간적으로 충족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당장 배가 고파서 먹는 음식처럼 당장 필요해서 찾은 정보가 순간적 궁금함을 충족시키지만, 파편화된 정보가 문제의식과 열정을 만나지 않는 한 정보는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나 안목, 문제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통찰력은 정보의 탄생 배경과 문제의식, 다른 정보와의 관계나 정보가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의도를 반추하고 음미할 때 생긴다.
짧은 글을 읽고 쓰면서 읽으며 반성하고 성찰하며 단문의 의미를 음미하는 진지함이 상실되고 있다. 자신과 침묵 속에서 대화하기보다 타인과 실시간으로 접속해서 감정을 배설하고 관념의 파편을 쏟아부으며 일상의 잡담을 늘어놓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현대인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리고 밤낮으로 일하다 `코피`를 쏟는 사례가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남의 것을 `카피`하느라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나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할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과 접속해서 정신없이 뭔가를 나누는 소통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따뜻한 정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소통, 화통(和通)이다.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음미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방향으로 의미가 전달돼 불통되고 분통과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