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패닉에 빠진 공기업

[데스크라인]패닉에 빠진 공기업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자주개발률 확대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작이다. 2007년 4.2%에 불과했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지난해 13.7%로 눈에 띄게 늘었다. 6대 전략광물의 자주개발액 역시 2007년 대비 네 배가량 늘어 121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밀고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첨병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

최근 들어 자원개발 공기업의 분위기가 스산하다. 공기업 경영평가가 이유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B에서 D로 추락하면서 결국 강영원 사장은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야 했다. 성과급은 고사하고 연봉까지 깎이게 된 직원들에 미안한 감정이 컸을 것이다. 현 정부 임기 6개월을 남겨놓고 맞은 칼바람이다. 원자력 납품비리와 정전사태 물의를 빚은 공기업들이 각각 C와 B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사업에 자원개발 공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석유공사의 영국 다나사 인수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대형화 정책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이 이뤄졌고 석유 자주개발률 두 자릿수를 달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청와대와 정치권은 국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크게 환영하고 반겼다.

문제는 영국의 법인세 인상 정책에 따른 사업 손실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매출의 마이너스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줬다. 공사 직원들은 법인세는 향후 10년간 분할 납부하면 되고 이걸 빼면 흑자라고 항변한다. 자원개발 특성상 최고경영자(CEO)의 베팅에 가까운 투자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해외자원개발의 위험 요소는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필연이다. 하루아침에 성공의 결과물을 맛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자원개발 공기업의 사기 저하다. 공사 직원들은 바짝 엎드렸다. `해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 텐데…`라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앞으로 진행할 사업 추진체 엔진에 불을 붙일 의지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공기관의 `뭇매 유탄`은 민간 자원개발 업체로 떨어졌다. 공기업과 컨소시엄으로 해외사업을 해야 하지만 경영 패닉에 빠진 공사가 손을 놓고 있으니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다.

부정한 일이 발생했다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사업이 실패했거나 과정에 의혹이 많다고 모든 것을 문제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 사업 결함을 따지는 논란 속에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면 의지를 가지고 해외사업을 펼칠 공기업은 없다. 이런 식의 자원개발 정책이 반복되면 그 누구도 자원개발 공기업 CEO로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안보와 녹색성장 정책 어젠다가 약화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