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벤처는 살아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06642_20120713181008_601_0002.jpg)
오래간만에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기분 좋은 소식 앞에 붙었다. `어렵다` `힘들다` `위기다`라는 우울한 전망 속에서도 한국의 벤처 1000억 클럽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벤처기업은 전년 대비 66개가 증가한 381개며, 이 중 신규로 돌파한 기업은 87개로 조사됐다.
이는 벤처만이 가질 수 있는 도전과 열정, 꾸준한 연구개발 노력으로 어려운 시장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며 저마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간 값진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 벤처기업이 한국 사회에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일과 꿈의 실현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함께 성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과정이 아닐까.
벤처기업의 꽃이라는 벤처 1000억 클럽도 그 시작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 속에서 스스로 자신만의 해야 할 일을 찾고,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에서 비롯됐다. 새로운 희망과 기회를 만들어 성공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만의 성장모델을 묵묵히 만들어 온 것이다.
벤처기업 중 매출이 3년 연속 20% 이상 증가한 기업을 `가젤형` 벤처기업으로 일컫는다. 벤처의 창조적 도전과 전문성이 시대의 요구와 수요에 맞아떨어지면 이런 고성장 벤처가 된다. 올해는 가젤형 벤처기업 수도 지난해 49개로 전년의 42개보다 16.7% 늘었다. 시대의 변화에 앞서 모든 준비를 마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우리에겐 그만큼 늘어났다. 자신이 개척한 전문 분야에서 시대적 요구를 읽어낸 이들 기업은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만 한다.
당장은 시대의 요구를 조금 맞추지 못했지만 새로운 일에 패기 있게 도전하는 가능성을 품은 기업도 많다. 이런 기업에는 그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때`를 만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줘야 한다. 적어도 실패로 넘어졌을 때 재기 불능 상태까지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나의 벤처 기업이 창업한 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16년이라고 한다. 지금도 그들은 매분 매초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겪어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벤처기업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경쟁력을 갖출 최소한의 기회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직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기업과 그 안에 속한 인재들도 저마다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도전하는 벤처 문화를 정착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켜야만 한다. 진정한 대한민국 산업 선진국은 이렇듯 살아있는 벤처 환경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는 추운 겨울이 오고 낙엽이 질 때 유독 더 새파래 보인다. 다른 낙엽수가 봄에 모두 피었다 한 번에 질 무렵에는 더욱 그렇다. 상록수의 끊임없는 푸름은 결국 하나의 잎을 떨어뜨리고 다시 새 잎을 탄생시키는 한결같은 변화와 다양성에 그 답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금 한국 경제에 무수한 새잎이 되어 주고 있는 벤처가 앞으로도 혁신으로 그 끝없는 생명력을 키워가길 바란다. 국민소득 4만달러 대한민국의 새 판을 짜는 희망은 결국 창조적인 벤처에서 비롯돼야 한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cj_hwang@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