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점심(點心)`이라는 한자는 말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는 일`이다. 중국 음식 중에 `딤섬(Dim Sum)`이라는 것이 있는데 딤섬의 한자어가 바로 `점심(點心)`이라고 한다. `점심`은 바로 이 `딤섬`을 몇 개 먹는 정도의 식사를 의미한다. 마음에 점을 찍지 않고 빠르게 먹어 치우는 점심은 더 이상 점심이 아니다. 마음에 점을 찍는 점심을 먹지 않는 우리들은 점점 심각한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기계적인 삶을 반복하게 된다.
밥의 원료인 쌀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쌀을 의미하는 한자어 `미(米)`는 열 `십(十)` 자를 중심으로 위에 여덟 `팔(八)` 자가 뒤집혀 있고 아래에 여덟 `팔(八)` 자가 포개져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농부가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8번의 과정을 거치거나 88방울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밥 한 톨을 버리는 것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는 농부의 수고와 정성을 저버리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기운을 의미하는 한자어 `기(氣)`는 `기(〃)` 밑에 쌀 `미(米)`가 들어 있다. 기운을 내려면 쌀밥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애들이 밥 대신 패스트푸드를 먹기 때문에 기운이 없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은 쌀 그 자체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쌀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담긴 자연의 소리와 음악, 농부의 지극 정성과 수고, 밥을 하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먹는 것이다.
우리는 점차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점심도 빨리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 후다닥 먹고 다시 속도전이 펼쳐지는 일터로 향한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먹어 치운 다음 또다시 끝도 없는 속도전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직장인의 마음엔 점을 찍는 `점심`을 먹고 `밥심`을 발휘할 겨를이 없다.
밥심이 뚝심을 기르고 뚝심이 있어야 자기 주관이 확실한 지식을 창조할 수 있다. 세계에서 밥을 가장 빨리 먹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까. 미국의 언론인 존 건서가 “모든 행복은 느긋한 아침 식사에 달려 있다”고 말한 의미를 되새겨보자.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